[기고] 엑스포를 개최하려는 도시가 이러면 안 된다

박민성 복지포럼 공감 사무국장 2023. 8. 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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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성 복지포럼 공감 사무국장

부산시는 2011년부터 적은 예산이었지만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이주민과 이주노동자 등이 아프거나 다치면 전문적으로 통·번역하는 ‘외국인 근로자 등 소외계층 의료 통·번역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이 의료 통·번역 사업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부산에서만 추진했고, 서울시뿐만 아니라 전국의 이주민과 이주노동자가 통·번역을 받기 위해 부산을 찾을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그런데 의료 통·번역 사업은 부산시가 정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2023년 예산서에서 사라졌다. 다만, 사업의 필요성과 효과가 매우 높다 보니 사업을 완전히 없애지 않고 시민의 건강과 의료를 담당하는 시민건강국에서 여성가족국으로 사업 주체를 옮기고 여성가족국이 위탁하여 운영하는 부산외국인주민지원센터의 사업 중 하나로 변경하였다. 또, 기존 예산 1억 원의 절반인 5000만 원으로 줄여서 운영하도록 했다.

그런데 의료 통·번역 사업은 병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시민건강국에 두는 것이 맞다. 부산시는 사업을 없애고 위탁시설의 사업으로 축소시킨 이유에 대해 정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여성가족국이 가족의 형태로 분류하여 다문화를 담당하고 다문화에 이주민이 포함되다 보니 업무의 편리성 때문에 변경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이것은 사업의 효과성보다 운영의 편리성만을 생각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에 불과하다.

부산시는 2011년 500만 원의 예산으로 출발해서 매년 증액하여 2021년 20배인 1억 원까지 증액하였다. 이는 효과가 매우 높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며, 아울러 시간이 지날수록 확대의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부산의료원 등의 공공병원에 의료 통·번역을 전담하는 의료 통·번역센터를 설치하는 것을 검토했고, 의료 분야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통·번역이 필요한 법률, 노동 등을 전담하는 다언어지원센터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예산을 절반으로 줄여 사업 자체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부산시의 조치에 대해 더 이상 의료 통·번역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부산에는 146개 국가에서 온 이주민과 이주노동자가 있다. 2021년 11월 기준 7만2361명으로 부산시민의 2.18%에 이른다. 코로나 시기 잠시 주춤했지만 최근 들어 다시 매월 300~500명 내외가 정착하고 있다. 또, 코로나로 인해 발이 묶인 외국인의 부산 방문이 늘고 있어 통·번역 사업의 필요성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의사소통을 위한 의료 통·번역은 건강권과 인권이면서 국제도시, 글로벌도시로서 전 세계인을 위한 최소한의 건강권과 인권을 지키는 사업으로 2030 월드엑스포를 유치하려는 도시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매우 도움이 되는 사업이기도 하다.

부산시에 간곡하게 요구한다. 2011년부터 전국 최초로 추진한 우수사업이며, 효과도 매우 컸다. 또, 부산이 지향한 국제도시로의 방향과 일치한 사업으로 적은 예산으로 큰 효과를 가진 사업이었다. 탁상행정으로 없애버린 것에 13년간의 긴 여정을 사라지게 만든 것에 대해 잘못 판단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시 사업을 살려야 할 것이다.

현재 이주민과 이주노동자 등은 2%대지만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다양한 사회문제가 생길 것이며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의료 통·번역을 포함한 법률 노동 범죄 등 다양한 분야의 통·번역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혹자는 AI 기술의 발전 등으로 스마트 기기를 통해 통·번역을 하면 별도의 통·번역센터와 통·번역 전문가는 필요 없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스마트 기기 등을 통한 통·번역은 한계가 분명하며 인간의 모든 감정과 상황을 AI 기술로 해결하지 못하기에 반드시 필요하다.


그동안 부산시는 의료 통·번역 사업을 통해 부산이라는 도시가 이주민과 부산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배려하고 인권과 건강권을 소중히 여기는 도시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런 의미 있는 사업은 반드시 제대로 추진해야 한다. 의료 통·번역 사업에서 삭감된 예산을 추경이나, 추경이 없다면 연말에 있을 정리추경을 통해 다시 메워야 하며, 의료 통·번역센터로 반드시 확대해야 한다. 부산시는 국제도시의 위상을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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