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출판사 도움없이 홀로 서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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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침해를 겪은 작가가 대형 출판사의 도움 없이도 책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손 작가는 "1990년대 인기 만화 '검정고무신'을 그린 이우영 작가가 올해 3월 캐릭터 업체와의 저작권 분쟁 도중 세상을 등진 사건을 보고 창작자의 권리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며 "내가 책을 다시 펴낸 과정이 창작자들에게 힘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올해 3월 손 작가는 창비와 출간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고, 이후 서점에선 책을 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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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말 저작권 논란후 ‘1인 출판’
“창작자들에게 힘주기 위해 도전”
손원평 작가(44)는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최근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장편소설 ‘아몬드’(다즐링)를 지난달 11일 1인 출판사에서 재출간한 건 작가의 독립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는 것. 손 작가는 “1990년대 인기 만화 ‘검정고무신’을 그린 이우영 작가가 올해 3월 캐릭터 업체와의 저작권 분쟁 도중 세상을 등진 사건을 보고 창작자의 권리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며 “내가 책을 다시 펴낸 과정이 창작자들에게 힘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아몬드’는 2017년 창비에서 출간돼 100만 권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다. 2020년 아시아 작품 중 처음으로 일본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상을 받고, 30개 국가에 번역 출간될 정도로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창비가 손 작가와 사전에 협의하지 않은 채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을 지난해 12월 제작해 논란이 됐다. 올해 3월 손 작가는 창비와 출간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고, 이후 서점에선 책을 살 수 없었다.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서 엄마들이 아이들을 위해 ‘아몬드’를 구하는 모습을 봤어요. 독자에게 다시 책을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글만 쓰던 작가가 손수 책을 제작하는 건 어려웠다. 지인이 세운 1인 출판사를 등록하고, 책에 쓸 용지를 고르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서점 MD를 만나 책을 홍보하는 일도 익숙하지 않았다. 2020년 영화 ‘침입자’로 영화감독으로 데뷔했을 때 영화 제작과 홍보를 했던 그였지만, 출판의 전 과정을 경험하는 건 또 다른 도전이었다.
“힘들어서 중간에 그만두려 한 적도 많았어요. 하지만 그때마다 다시 힘을 낸 건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출판인들의 따뜻함 덕분이었어요. 조언을 아끼지 않는 출판계 관계자들을 보며 힘을 얻었죠.”
재출간된 ‘아몬드’는 청소년판과 성인판 등 2종이다. 청소년판은 성인판보다 글씨를 크게 했다. 소년의 얼굴을 그린 기존 책 표지와 달리 둘 다 뒷모습을 넣어 상상력을 자극한다. 몸이 붉게 물든 한 남자가 뒤를 바라보는 성인판은 스페인판 표지를 사용한 것이다. 그는 “올해 4월 처음 만난 출판 작업자가 최근 아이를 출산하는 과정을 보며 ‘아몬드’를 생각했다”며 “‘아몬드’가 힘든 과정을 거쳐 다시 태어난 만큼 독자에게 사랑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뭘까.
“아이돌이 주인공인 장편소설을 쓰고 있어요. 출판사 이름(다즐링·Dazzling)처럼 눈부시고 반짝이는 작품으로 독자들과 만나고 싶습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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