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 청년’ 복귀 지원, 방역완화된 지금이 골든타임 [기자의 눈/전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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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라고 좋아서 은둔하는 게 아니거든요."
'은둔형 외톨이'의 취재 과정에서 기자와 만난 청년 중 '은둔·고립 생활이 만족스럽다'고 말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행히 보건복지부는 이달 말까지 은둔·고립 청년 실태조사를 진행하며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수립되는 대책이 은둔·고립 청년의 손을 잡고 단계적으로 사회에 복귀시키는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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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형 외톨이’의 취재 과정에서 기자와 만난 청년 중 ‘은둔·고립 생활이 만족스럽다’고 말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청년재단과 은둔·고립 청년 4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재고립 설문’에서도 주관식 문항에는 밖으로 나오고 싶어하는 심정이 그대로 묻어나는 답이 많았다.
설문 대상자들은 “세상에 등이 떠밀려 방으로 들어왔다”, “욕먹지 않고 직업체험을 해보고 싶다”, “느린 사람도 받아주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등의 답변을 했다.
물론 사회 일각에선 “방에 들어가 있는 게 편하면 들어가 있으라고 하라”는 시니컬한 반응도 있다. 기자도 취재 전에는 ‘왜 방에 틀어박힐까’ 궁금했는데 취재 과정에서 이들도 사실은 사회에 나오고 싶어 하는 보통 청년들이라는 걸 알게 됐다.
하지만 이들이 사회에 나오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설문에 응한 이들 중 59%가 “사회 복귀를 시도했다가 다시 은둔·고립하게 됐다”고 했다. 현재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어도 혼자 힘으로 쉽지 않다는 뜻이다.
이들을 방 안에 두면 안 되는 이유는 또 있다. 올 초 서울시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은둔·고립 청년은 약 61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태어난 신생아의 2배 규모다. 또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기회비용과 복지지출 등으로 인한 은둔의 경제적 비용은 1인당 15억 원에 달한다.
은둔·고립을 이들의 책임으로만 돌리기도 어렵다. 기자가 접한 은둔형 외톨이 중에는 학교폭력과 취업난 등 때문에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이들이 많았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고립이 일반화되면서 은둔·고립 청년 비율이 60% 이상 늘었다.
전문가들은 방역 지침이 완화된 지금이 은둔형 외톨이를 사회로 끌어낼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영준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고립 기간이 길어질수록 필요한 사회적 비용은 더 커질 것”이라며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했다. 다행히 보건복지부는 이달 말까지 은둔·고립 청년 실태조사를 진행하며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수립되는 대책이 은둔·고립 청년의 손을 잡고 단계적으로 사회에 복귀시키는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전혜진 사회부 기자 sunri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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