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나만 빼고 다 대박”이라는데…
“저번 부동산 상승장, 900% 뛴 에코프로, 6개월 만에 2배 오른 비트코인까지. 나 빼고 세상 사람들이 모두 돈 버는 것 같아요.” 최근 주식시장이 뜨거워지자 이곳저곳에서 한탄이 쏟아지고 있다. ‘인생에는 3번의 기회가 온다’는 옛말이 맞았다는 자조 섞인 농담도 한다. 이런 와중에 무슨 종목을 사야 할지 몰라 서러운 사람들이 손쉽게 찾는 곳이 있다.
카카오톡 ‘주식 리딩방’이다. 리딩(leading·선도)이란 개인 투자자가 일정 금액을 내면 실시간 문자나 인터넷 방송 등으로 매수, 매도 종목을 알려주는 주식 투자 서비스를 가리킨다. 리딩방에서는 스스로 ‘투자 전문가’라 칭하는 사람이 앞으로 오를 주식 종목을 찍어주고, 이 방에 들어온 회원들은 이 ‘전문가’의 말에 따라 주식을 사고판다.
기자가 최근 1달간 취재한 리딩방에도 150명이 넘는 사람이 모였다. 한 업체가 유료 회원을 끌어들이려고 “VIP 종목을 무료로 추천해 준다”며 개설한 무료 체험방이었다. ‘전문가’는 “믿고 따라오면 수익은 보장한다”며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실제로 처음 ‘전문가’가 추천한 종목 2개가 수익이 나자, 그는 “수익 인증을 올려달라”고 했다. 이에 사람들은 “외식값 벌었네요” “이 방 대박이네요”라며 수익 인증 사진을 잇따라 올렸다. 리딩방을 관망하던 일부 사람은 추천 종목을 사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다음 추천 종목을 매수하고 나섰다.
자신만 뒤처지거나 소외되는 것 같은 두려움을 일컫는 ‘포모(FOMO)’가 유행어가 됐다. ‘Fear of Missing Out’의 첫 글자를 딴 말이다. 올해 상반기 예상을 뒤엎고 상승세를 보인 주식시장은 이런 심리에 불을 지폈다. 미국 주식시장에선 올해 초 108달러 수준이던 ‘테슬라’의 주가가 현재 2배 넘게 올랐고, 국내 코스닥 시장에서도 2차 전지 열풍으로 주당 100만원 이상 주식을 뜻하는 ‘황제주’가 16년 만에 탄생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올해 주식시장에서 포모 분위기가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사실 FOMO는 주식시장뿐 아니라 일상 곳곳에 녹아있다. 남들은 다 하는데 나만 빠질 순 없다는 심리다. 작년 5월 한국교육개발원 보고서에 따르면, 학부모들이 사교육을 시키는 이유 1위는 ‘남들이 하니까 심리적으로 불안하기 때문(24.3%)’이었다. 2030 세대에게 인기를 끈 오마카세, 호캉스 열풍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마감 임박’ ‘한정 수량’ 등의 광고도 모두 FOMO를 활용한 마케팅이다.
하지만 FOMO로 내린 결정이 늘 좋겠는가. 리딩방의 성적표는 처참했다. ‘전문가’의 추천 종목 5개가 3~5% 수익이 난 반면, 3개는 15~30%가 내렸다. FOMO가 유행어가 됐다는 건, 이제 FOMO와의 거리 두기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근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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