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금쪽이와 노키즈존
얼마 전 초등학교에서 ‘현명한 소비생활’을 주제로 특강을 한 적이 있다. 강의 후 만족도 조사에서 한 어린이가 ‘매우 불만족’을 표시한 것이 눈에 띄었는데 그 이유가 웃음 짓게 했다. 강의하면서 작은 선물을 하나씩 나눠줬는데 그 어린이는 두 개를 받고 싶었지만 하나 밖에 못 받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어린이를 교육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실감했고 새삼 선생님들이 존경스러웠다.
이제 마흔이 넘은 조카는 딸아이 한 명을 뒀는데 아이에 대한 사랑이 내 기준으로는 눈꼴사나울 정도다. 초등학교 4학년인 아이에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표정으로 밥까지 떠먹이는 모습을 보고 끌탕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노키즈존(No Kids Zone)’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음식점이나 카페 같은 곳에서 어린이들이 뛰고 눕고 울기도 하는 바람에 어린이를 동반한 소비자의 출입을 금지하는 업소가 늘어나고 있다. 반면 어린이들을 환영하고 기꺼이 기저귀까지 치워주겠다고 홍보하는 ‘예스키즈존(Yes Kids Zone)’이 등장하기도 했다.
일반 소비자의 생각은 어떨까. 한 리서치 회사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니 노키즈존을 찬성하는 소비자가 반대하는 소비자보다 2배 이상 높았고 어린이를 제재하지 못한 부모의 책임이라는 의견이 70% 이상이었다.
최근 한 초등학교 선생님의 안타까운 선택은 마음을 아프게 한다. 선생님에 대한 어린이의 폭언, 폭행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실제로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고 교육 현장의 선생님들이 감내하는 경우가 많은 모양이다. 교원단체 설문조사 결과로는 초등학교 선생님 99%가 교권을 침해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더불어 ‘금쪽같은 내 새끼’라는 프로그램까지 관심을 갖게 됐다. 이유를 불문하고 체벌을 금지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본인의 폭력적 행동에는 엄중한 책임이 따른다는 것,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개인 스스로뿐만 아니라 사회라는 공동체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도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금쪽이. 세상에 귀하지 않은 아이가 어디 있겠는가. 세상의 모든 아이는 금쪽이다. 다만 그 아이의 부모에게만 금쪽이가 되고, 다른 사람에게는 민폐가 돼 노키즈존이 늘어난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집에서만 금쪽이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금쪽이로 자라도록 가르쳤으면 좋겠다.
저출산 고령시대, 어린이들이 더 귀하게 사랑받아야 하는 시대다. 어린이를 거부하는 노키즈존보다는 어린이 고객을 환영하는 예스키즈존, 나아가 ‘웰컴키즈존(Welcome Kids Zone)’이 많아지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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