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철 칼럼] 로봇 시대의 도래와 임금 인상 투쟁

경기일보 2023. 8. 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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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인류문명의 발달은 인간의 발명이 크게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이라든지 리처드 아크라이트의 방적기, 에디슨의 전기 발명은 말할 것도 없고 수많은 과학자들의 수고와 노력이 결실을 맺어 인간생활의 획기적인 편리와 경제발전을 가져다줬다. 인간생활의 편리를 가져다줌은 물론 노동력의 절감 내지는 노동생산성을 향상시켜준 기계는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수천, 수만가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인터넷의 등장과 요술방망이나 다름없는 휴대전화까지 등장함으로써 우리들의 생활이 엄청나게 편리해졌을 뿐 아니라 어마어마한 생산성의 향상을 가져다줬다. 자율주행차의 등장도 시간문제이고 인공지능(AI)마저 등장해 앞으로 우리의 경제와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로봇시대의 본격적인 도래다. 1975년에 일본의 옷파마에 소재한 닛산자동차 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이미 자동차공장에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일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그런데 이제는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 일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로봇청소기가 등장했고 운전자가 필요 없는 자율주행차가 나왔으며 웬만한 집안일을 대신해주고 고령자들의 시중을 들어주고 대화도 하는 로봇도 등장했다. 최근에는 음식도 만들어주고 식당에서 음식을 나르는 로봇은 물론 호텔의 각종 서비스도 로봇이 수행하기까지 한다. 이제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어디까지 대신해줄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과거 일본의 저명한 경제평론가 가나모리 히사오는 로봇의 등장으로 대량의 실업자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대해 로봇을 생산하는 데 그만큼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급격한 노동력의 감소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주장을 편 적이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하는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지속적으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운동과 최저임금을 무리하게 인상해 달라는 요구는 로봇시대의 도래를 더욱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왜냐하면 로봇이 갖는 장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사람값이 점점 비싸진다면 기업가들과 경영자들은 어떻게든 인력을 줄이고 싶은 마음이 앞설 것이다. 로봇은 최초의 구입비가 들어가고 가끔 수리비가 들어가긴 하지만 첫째, 임금 지급 의무도 없고 임금 인상 염려도 없다. 둘째, 노동조합에 가입해 투쟁하지도 않는다. 셋째, 연금지급을 위한 부담이 없다. 넷째, 건강보험료 부담도 퇴직금 지급 걱정도 없다. 다섯째, 연월차수당 지급의무도 육아휴가를 줄 필요도 없다. 여섯째, 상해에 대한 보상 염려도 없다. 기업가라면 이런 엄청난 장점이 있는 로봇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신할 수만 있다면 인간 대신 로봇을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런 정황을 고려해 본다면 근로자들이 무턱대고 임금만 올려 달라고 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기계화의 덕분에 우리들의 노동시간은 크게 줄어든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좀 늦었지만 주5일 근무제가 2004년부터 실시됐고 법정근로시간제도 2018년부터 기존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크게 줄었다. 어떤 정치가는 주 4일근무제를 주장하기까지 한다. 우리의 산업화 역군들은 하루 8시간이 아니라 10시간 아니 그 이상으로 일했고 토요일 일요일도 제대로 누리지 못한 채 근무한 날들이 태반이었다. 그때에 비하면 현재 근로자들이 누리고 있는 노동시간과 노동강도는 호강에 비유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 시중은행들의 직원 수는 6만4천556명에서 5만8천405명으로 9.5% 감소했다. 현금지급기와 인터넷뱅킹의 영향이었다고 한다. 근로자들이 임금 인상만 요구하다간 로봇시대를 가속화시켜 일자리를 빼앗길 것을 염려해야 하는 때가 조만간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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