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호선 중부청장, 민원에 쓰러진 공무원 보듬다
행정용어에 특이민원이란 게 있다. 위법한 민원인 행위를 말한다. 기물파손, 폭언·욕설, 성희롱, 폭행, 협박 등이다. 경기도에서 발생한 3년 치는 이렇다. 2020년 5천500건, 2021년 9천건, 2022년 4천500건이다. 어떤 공무원은 흉기에 찔렸다. 긴급생계비 빨리 달라는 요구였다. 어떤 공무원은 무릎이 꿇렸다. 공무원 6개월 된 신참이다. 오늘도 경기도 어디선가 벌어질 일이다. 지난달 24일 오후 3시, 동화성세무서. 그날 거기에는 민원실장이 있었다.
흔히 말하는 공무원의 자세가 있다. 꼭 해야 할 여섯 가지 의무다. 성실의무, 복종의무, 친절공정의무, 비밀엄수의무, 청렴의무, 품위유지의무다. 절대 하면 안 될 네 가지 금지다. 직장 이탈 금지, 영리 업무 및 겸직 금지, 정치 운동 금지, 집단 행위 금지다. 이걸 꼭 지키라고 교육한다. 동화성세무서 민원실장은 어떤 걸 위반했나. 여섯 가지 할 일을 안 했나. 네 가지 하지 말 것을 했나. 그런 거 없다. 격한 민원 앞에 쓰러졌다. 그리고 7일째 사경을 헤맨다.
경기일보 단독 기사였다. 여론이 특별하다. 응원 목소리가 많다. “얼른 건강 회복하고 쾌차하시길 바란다.” 분노 목소리가 많다. “매일같이 공무원이 죽고 쓰러진다.” 대책 요구도 있다. “세무서에 청원경찰을 배치해야 한다.” 어떤 댓글은 최근 교육계 사태를 비교했다. “국세청판 서이초 교사 사태다.” 공복의 자세를 주문하는 댓글은 없다. 민원인의 권리 주장도 거의 없다. 적어도 이번 기사 속 여론은 이렇다. 안타까워할 뿐이고 분노할 뿐이다.
행정이 떼쓰기에 정복 당한 지는 오래다. 욕하고, 협박하고, 때리고, 부수고.... 명백한 범죄다. 그래도 공무원은 무력하다. 민원인 대응이 인사에 반영된다. 큰 소리라도 나면 승진 못한다. 그래서 쳐다보게 된 게 중부국세청장의 대처다. 통상의 경우와 많이 다르다. 결과 나오기 전에 피해 공무원 구제부터 나섰다. 공상 처리·직장 단체 보험·직원 사랑 보장 등을 검토시켰다. 법률 지원도 적극적이다. 공무원 가족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자문했다.
대책은 과단했다. 민원 응대 매뉴얼을 이틀 만에 교부했다. 개인 휴대용 녹음기기도 곧 지급한다. 사건을 주제로 한 공론화도 내주 갖는다. 중부국세청장이 지시했거나 직접 참여한다. 31일에는 병원을 찾아 가족과 대화했다. 대처 방안, 지원 내용 등을 논의하고 자문했다. 중부국세청장의 대응은 아주 작은 부분이다. 공직사회 전체에 미칠 영향이 미미하다. 하지만, 생떼 민원에 대항할 용기를 주기에 충분했다. 이 시대 필요한 리더십이기도 하다.
오호선 청장이 이런 말을 했다. “팩트 확인 없이 불필요하게 남에게 상처 주는 말이 없는, 교양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공직은 물론 우리 사회 전체에 주는 울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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