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490] 망자를 위한 이집트 정원
마당 울타리 안에 물을 대 연못을 만들고 식물을 키워서, 먹으면 텃밭이고 보기만 하면 정원이다. 물론 정원의 기원은 텃밭이었을 것이다. 특히 길고 좁은 나일강 유역을 벗어나면 메마른 사막인 고대 이집트에서 그저 보고 즐기려고 물을 길어다 화초를 키우는 일은 지나친 사치였을 터. 하지만 신왕국 시대 테베의 신전에서 서기이자 회계사로 일한 네바문의 무덤 벽화는 그즈음 이미 고급 저택들에 화려한 정원이 조성됐음을 보여준다.
반듯한 직사각형 연못에는 온갖 물고기와 물새가 연꽃 사이에서 노닐고, 주위에 둘러선 나무에는 대추야자와 무화과가 주렁주렁 열렸다. 물새가 푸드덕거릴 때마다 일렁이는 파란 물결과 풍성한 나무 그늘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고대 이집트의 무덤 벽화란 망자(亡者)가 생전에 누리던 삶의 여러 면모를 사후(死後)에도 즐길 수 있도록 형상화해두는 의미였다. 따라서 연못은 위에서 내려다보고 물고기와 새들이 수면 위에 옆으로 눕고 나무들이 바닥에 펼쳐진 시점은 땅에 발을 딛고 선 인간이 아니라 허공을 자유롭게 떠다니는 영혼을 위한 배려다.
이 벽화는 네바문이 늪지에서 새 사냥을 하는 장면과 함께 고대 이집트 최고의 회화이자 영국 박물관이 자랑하는 대표 유물이다. 네바문의 무덤은 1820년 영국 발굴단에서 일하던 다타나시라는 젊은이가 발견했는데, 그가 벽화만 조각조각 잘라내 팔아넘기고 무덤은 훼손한 채 방치해 지금은 원래 무덤이 어디에 있었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그런데도 다타나시는 죽을 때 무일푼이었다고 한다. 네바문이 회계사였다고 하지 않았나. 귀한 정원을 통째로 빼앗겼는데 값을 안 받았을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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