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한을 푼 이민자의 딸..에비앙에서 20년 만에 LPGA '메이저 퀸' 등극

주영로 2023. 8. 1.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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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 14언더파 정상
프랑스 선수로 LPGA 메이저 우승은 20년 만
30년 역사 에비앙 제패한 첫 프랑스 선수
부모는 태국 이민자, 프랑스에서 태어난 '이민자의 딸'
LPGA 데뷔 7년 만에 첫 메이저 우승 '감격'
김아림 3위, 김수지 공동 9위, 박민지·고진영 공동 20위
셀린 부티에.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이민자의 딸이 프랑스의 ‘한’을 풀었다.

셀린 부티에(프랑스)가 프랑스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총상금 650만달러)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처음으로 프랑스 국기를 휘날렸다.

부티에는 지난달 31일(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3언더파 68타를 쳐 최종합계 14언더파 270타로 정상에 올랐다. 2위 브룩 헨더슨(캐나다)을 6타 차로 따돌린 부티에는 경기 막판까지 여유로운 경기를 펼쳐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메이저 퀸’으로 등극했다.

이 대회에서 프랑스 선수가 우승한 것은 30년 만에 처음이다. 프랑스 선수가 LPGA 투어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1967년 US여자오픈에서 아마추어 자격으로 출전해 우승한 캐서린 라코스테와 2003년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정상을 차지한 파트리샤 뫼니에 르부에 이어 세 번째이자 20년 만이다.

프랑스 여자골프의 한을 푼 주인공은 이민자의 딸이다. 부티에는 프랑스 몽트루즈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는 태국에서 온 이민자다.

프랑스에서 열리는 유일한 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은 1994년 처음 열렸다.

시작은 레이디스유러피언투어였다. 프랑스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열리는 크지 않은 규모의 대회로 시작했다. 당시 대회명은 에비앙 마스터스였다. 그 뒤 조금씩 규모를 키운 에비앙 챔피언십은 2000년부터 LPGA 투어와의 공동 주관 대회로 치러지다 2014년 메이저 대회로 승격됐다. 에비앙의 벽은 프랑스 선수들에게 너무나 높았다. 메이저 대회가 되면서 LPGA 투어의 정상급 선수들이 더 많이 출전해 우승 경쟁에서 더 밀렸다.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프랑스 출신 선수가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하며 늘 들러리에 그쳤으나 부티에가 그 한을 푼 셈이다.

2016년 LPGA 투어 퀄리파잉 시리즈에서 공동 44위를 기록한 부티에는 컨디셔널 시드를 받아 투어 활동을 시작했지만 순탄하지 않았다. 2017년은 주로 2부 격인 엡손 투어에서 뛰었고, 2018년 상금랭킹 61위에 그쳤다.

2년 동안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부티에는 2019년 ISPS 한다 빅오픈에서 투어 첫 승을 따내며 조금씩 안정을 찾았다. 그해 상금랭킹 27위를 기록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많은 대회가 열리지 않은 탓에 우승을 추가하지는 못했으나 2021년 숍라이트 클래식에서 자신의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고, 2021년엔 24개 대회에 출전해 21개 대회에서 컷을 통과하는 등 고른 성적을 거두며 상금랭킹 16위에 올랐다.

올해 프로 데뷔 이후 최고의 시즌을 만들었다. 3월 드라이브 온 챔피언십에서 통산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던 부티에는 자신이 태어난 땅에서 열린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서 ‘메이저 퀸’이라는 새로운 수식어를 달게 됐다.

부티에의 우승으로 올해 열린 4번의 메이저 대회에선 모두 첫 메이저 퀸이 탄생했다. 셰브론 챔피언십 릴리아 부(미국)에 이어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선 인뤄닝(중국) 그리고 US여자오픈에선 앨리슨 코푸즈(미국)에 이어 부티에까지 모두 생애 첫 메이저 퀸의 기쁨을 맛봤다.

이날 우승으로 상금 100만달러를 받은 부티에는 시즌 상금을 175만1834달러로 늘렸다. 통산 상금도 500만달러(550만2732달러)를 넘어섰다.

부티에는 “이 대회는 어렸을 때부터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내게 특별했는데 이렇게 트로피를 들어 올리게 돼 믿기지 않는다”며 “이번 주 골프장에서 골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 가족과 팬들의 도움이 컸다. 특히 가족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라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이어 “처음 다섯 홀에서 많은 일이 벌어졌다. 1번홀에선 두 번째 샷이 좋은 위치에 떨어지면서 버디를 만들어 낼 수 있었고 2번홀에선 예상하지 못한 버디가 나왔다. 운이 좋았다”면서 “5번홀의 버디도 마찬가지였으며 일찍 버디가 나오면서 긴장을 풀 수 있었다”고 이날 경기를 돌아봤다.

프랑스 출신 첫 우승자라는 점에도 의미를 뒀다. 그는 “이 트로피에 적힌 이름을 보고 있었는데 여기에 내 이름이 적혀 있다는 게 아직 믿어지지 않는다”라며 “정말 오랜 꿈이었고,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수상자 명단에 프랑스 국기를 추가할 수 있다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기뻐했다.

프랑스 출신 선수의 우승을 바라는 팬들의 응원도 그에겐 힘이 됐다.

부티에는 “만약 한 대회에서 우승한다면 그게 에비앙이기를 바랐다”며 “가족과 프랑스 팬들 앞에서 이런 기분을 함께 나눌 수 있어 기쁘다. 관중의 엄청난 응원과 긍정적인 에너지가 조금이나마 힘이 됐다. 프랑스에서 우승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김아림은 이날 2타를 줄이면서 합계 7언더파 277타를 쳐 하타오카 나사(일본), 가비 로페즈(멕시코) 등과 함께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에비앙 챔피언십에 처음 출전한 김수지는 최종일 4언더파 67타를 때려 합계 5언더파 279타를 쳐 공동 9위에 올라 올해 참가한 두 번의 해외 대회에서 모두 톱10에 들었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상을 받은 김수지는 5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월드레이디스 챔피언십 살롱파스컵에서 공동 10위에 올랐고 처음 출전한 LPGA 투어 메이저 대회에서 다시 톱10에 들었다.

고진영과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두고 다투는 넬리 코다와 로즈 장(이상 미국)이 김수지와 함께 공동 9위에 자리했다.

박민지는 4라운드에서만 5언더파 66타를 적어내는 뒷심을 발휘하며 공동 20위(2언더파 282타)로 순위를 끌어올렸고,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은 박민지와 함께 공동 20위로 대회를 마쳤다.

프랑스에서 열린 LPGA 투어 메이저대회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프랑스 출신 선수로 처음 우승한 셀린 부티에가 프랑스 국기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주영로 (na187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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