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료 공동화, 정부가 나서야

-의사·간호사 이어 약사까지 퇴사, 자체 해결 한계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 인력 유출에 이어 약사까지 속속 퇴사해, 공공의료 공백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지역 의료 시스템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입니다. 이러다가 허약해진 의료 체계가 붕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의료 공백은 지역 공동화를 촉발하는 요인입니다.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주민들도 대도시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도와 지자체가 대안을 마련해야 하지만, 공공 의료기관과 지역 사회의 노력만으로 상황을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의료 환경 개선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중요합니다.

의료진의 타지 유출은 심각합니다. 영서권 유일의 상급종합병원인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의 경우 최근 3년간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력 총 610명이 퇴사했습니다. 전문의의 경우 2020년 56명, 2021년 56명, 2022년 60명 퇴사했고, 정규직 간호사는 2020년 131명, 2021년 154명, 2022년 153명이 병원을 떠났습니다. 한림대춘천성심병원의 경우에도 같은 기간 간호사 74명과 전문의 13명이 퇴사했습니다. 강원대병원은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전문의만 모두 51명이 이탈했습니다.

공공의료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약사들의 퇴사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약사들은 약 처방 및 제조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력입니다. 최근 강원대병원의 경우 4명의 약사가 퇴사 의사를 밝히며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당초 강원대병원의 경우 17명 약무직 정원 중 이미 5명이 미달된 12명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추가로 4명의 약사가 퇴사하면서 처방 업무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원주의료원도 올해 초부터 약사 2명의 대한 채용 공고를 올렸지만 지난 19일에서야 겨우 1명이 충원됐습니다.

의료 현장 관계자들의 전망은 비관적입니다. 약무직 부족 문제에 대해, 현장에서는 의료기관에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역 의료기관의 경우 약국을 개원하는 것만큼의 보수를 맞춰 주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약무직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의료진 이탈 현상은 공공의료기관 전반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어, 지역 의료시스템이 차질을 빚을 정도입니다. 이제는 일선 의료기관에만 맡기지 말고 정부가 나서야 합니다. 의료진 이탈에 대한 원인 분석과 함께, 정책 우선순위로 삼아 정상화 대책을 서둘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