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지 한쪽 다리는 내것입니다”...조각투자 가능해진다는데

한우·미술품 등에 조각투자
토큰증권 이달중 출시 예정

사진을 보고 송아지를 선택해 송아지 가격의 일부(최소 커피 한 잔 가격)를 지불하고 지분을 갖는다. 송아지 1마리의 가격 만큼의 펀딩이 완료되면 송아지에 대한 투자자 모집이 완료된 것이다. 이후 다 자란 소는 경매시장에 나간다. 경매에서 낙찰된 가격에 따라 투자자들이 수익금을 분배 받는다.

송아지에 대한 투자 플랫폼을 연 뱅카우에서 투자를 하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다. 이제 송아지를 마리 단위로 사지 않고도 키워서 경매에 붙일 수 있게 됐다. 직접 목장을 경영하지 않아도 목장을 경영한 것과 같은 ‘투자’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치 자신이 직접 자동차를 만들어서 팔지 않고도 현대자동차의 주식을 사면 자동차 제조업에서 나오는 수익을 함께 누릴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조각투자 시대가 눈 앞에 다가왔다. 미술품, 음원, 부동산 등에 대해 소액으로 나눠 증권처럼 사고파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르면 이달(8월) 중 금융당국의 제재면제를 받은 조각투자회사 5개사 중 일부가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31일 밝혔다. 그동안 주식시장과 달리 증권화의 손길이 뻗치지 않았던 자산에도 시장기제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융당국에 따르면 일단 5개 사업자가 조각투자회사로서 당국의 제재를 받지 않게 됐다. 증권선물위원회 결정에 따른 면제 대상은 한우 투자 업체 1개사(스탁키퍼의 뱅카우)와 미술품 조각투자 업체 4개사(테사, 서울옥션블루의 소투, 투게더아트의 아트투게더, 열매컴퍼니의 아트앤가이드)다. 이들이 판매하는 조각투자 상품에 대한 증권성 논란이 벌어진데 대해 금융당국은 작년 4월 증권성 판단 기준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 12일 증권성이 인정된 5개 조각투자사업자에 대해 최종 제재 면제 및 사업 재편을 승인한 바 있다.

금감원은 당장 이달 8월부터 투자계약증권 최초 발행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5개사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 회사가 8월 중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증권신고서 서식을 전면 개정했다고 밝혔다. 투자자 보호와 사업자의 편의를 위해서다. 투자계약증권은 공동 사업에 금전을 투자하고 주로 타인이 수행한 공동 사업 결과에 따른 손익을 받는 계약상 권리로, 2009년 2월 자본시장법 제정 때 최초 도입됐다.

증권신고서 서식 변경의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도산절연(투자자 권리·재산을 사업자의 도산위험과 법적으로 절연하여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피해보상·분쟁 처리 절차 등 기존 조각투자사업자에 요구했던 사업 재편 요건을 신규 조각투자회사들이 제출할 서식에 반영했고, 투자 판단에 필요한 첨부 서류를 제출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생소한 투자계약증권에 대한 투자자 이해도를 증진할 수 있도록 30여개 질문·답변(FAQ 형식)을 담았고, 발행 정보·사업 구조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요약표도 마련했다. 금감원은 투자계약증권 전담 심사팀을 운영해 증권 발행 구조, 투자자 보호 체계 등을 엄격히 관리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투자에 대한 주의도 당부했다. 기존 사례가 없어서 투자자들의 피해 유형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환금성도 문제다. 한국거래소와 같은 금융상품이 일반적으로 거래되는 별도의 거래소는 현재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향후 증권사 등에서 거래가 가능해질 수도 있지만, 조각투자 상품의 성격상 일정한 계약 조건이 만료되면 수익을 분배 받는 형식으로 투자가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주식처럼 오늘 사서 내일 시세차익을 보는 형식의 거래는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금감원은 개정 서식 및 향후 심사 방안 등에 대해 발행 예정 법인을 대상으로 오는 8월 10일 설명회를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