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오 사설] KBS MBC YTN '로저 에일스' 눈 앞에 두고 있다
미디어오늘 1412호 사설
[미디어오늘 미디어오늘]
대통령실이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로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보를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5월 지명도 되기 전부터 언론의 검증에 따른 반대 여론이 높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최종 선택은 이동관이었다. 불통 이미지를 강화할 위험에 더해 일방향 국정운영이라는 비판까지 떠안으면서 '왜 굳이 이동관인가'라는 물음표가 따라붙고 있다.
“대통령실에서는 지명 시기는 조율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다른 인사를 고려한 적은 전혀 없었다면서 인사 철학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한다”는 언론 보도를 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인사 철학이라고 애써 포장했지만 대통령의 독단과 아집을 꺾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내부에서 임명 반대 의견도 적잖았던 것으로 알려졌다는 말도 있는데 어떤 시스템도 대통령의 뜻을 바꾸지 못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제에서 행정 기관의 장을 최종 인사권자 대통령이 결정하는 것은 자연스레 보이지만 여러 검증 절차를 통과한 인사 후보를 대통령이 낙점한다는 게 정확하다.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가 과연 이런 시스템을 통과했는지 아니면 대통령이 시스템을 무시하고 이동관을 선택했는지, 이것 역시 규명 대상이다.
지난 2005년 참여정부는 이기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다. 언론은 판공비 과다 사용, 사외이사 겸직, 장남 병역기피 의혹 등 서울대 총장 시절의 도덕성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인사추천위원회는 이미 한번 문제가 제기된 사안이라며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임명 반대 의견을 무시했다. 그 결과는 임명 나흘 만에 물러난 최단명 교육부총리라는 오명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야당의 문제 제기를 정치공세로 규정하고 인사청문 부적격 판정을 내려도 인사를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 후보는 이명박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 국정원을 활용한 언론장악 의혹 당사자이다. 향후 법적 문제도 불거질 수 있는 사안이다. 최근엔 그의 배우자가 즉시 돈을 돌려줬다고 하지만 인사 청탁 문제와 관련해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여당은 '결정적 한방이 없다'고 운운하고 있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언제 어떤 폭탄이 터질지 모를 일이다. 국민 반대 여론이 정당했다는 쪽으로 청문회가 흘러가면 윤석열 정부 인사 시스템까지 도마에 오를 수 있다.
이동관 후보자가 '가짜뉴스'와 '공영방송'을 키워드로 발표했던 임명 소감도 논란이다. “가짜뉴스와 전쟁에 각국 정부와 시민단체가 그 대응에 골몰하고 있다” “공정한 미디어 생태계를 복원하겠다” “대한민국에도 BBC인터내셔널이나 일본의 NHK 같이 국제적으로 신뢰와 인정을 받는 공영방송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정리하면 현재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있어 불신을 받고 있는 공영방송을 잡겠다라는 말로 통한다. 점잖은 말로 통제와 길들이기이지 언론이 알아서 기어라라는 협박이다.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은 CNN과의 경쟁 매체를 만들겠다며 폭스뉴스 채널을 개국했다. 당시 방송국 수장은 로저 에일스(Roger Ailes)였다. 그는 오랫동안 공화당에서 미디어 대응 전문 참모 역할을 해왔는데 민주당에 맞선 전초기지로 폭스뉴스를 설정했다. 공정성과 객관성은 무시하고 보수층이 '환호'하는 정파적 의제를 던졌다. 로저 에일스는 정파적 뉴스의 지속적인 주입으로 허위조작정보를 횡행하게 만든 주범으로 평가받는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팩트에 따르면 게스트를 초청해 뉴스를 전하는 폭스채널 프로그램 60%가 거짓으로 나왔다. 이동관의 방송장악 전력을 보면 로저 에일스가 떠오른다.
이동관 방통위 체제 칼끝은 KBS 1TV만 남겨놓고 모든 방송을 민영화하는 것에 향해있다. KBS2TV 폐지는 방송법, MBC 민영화 작업은 방문진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지만 방통위가 모든 권한을 활용해 이들의 힘을 일단 빼놓는 것부터 시작할 것이다. 그 시작은 공영방송 수장 교체가 될 것이다. 이동관 방통위 체제 아래에서 KBS MBC YTN의 로저 에일스가 나오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후보자를 떼면 당장 벌어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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