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쓰는 폐광지역 리포트] 24. 사북항쟁 재심 4차례 모두 맡은 이영기 변호사
35년 지난 사건 증인·증거 수집 난항
경찰 측 증인 당시 상황 설명 재판 주효
4차례 재심 진행 상징적인 사건 다수
출석 곤란 증인 영상 신청 적극적 판사
무죄 공감·사과 눈물 보인 재판장 인상
사북항쟁 역사적 정당 판단 무죄판결
지난 2015년 이원갑, 신경 씨의 재심 재판부터 올해 7월 진행된 고(故) 오항규, 진복규, 양규용, 박노연 씨의 재심 재판까지 변호를 맡은 변호사는 단 한 사람이다.
바로 법무법인 자연의 이영기 변호사다. 2015년 이원갑, 신경 씨 재판을 시작해서 2021년 황한섭 씨, 2022년 강윤호 씨, 올해 4명의 피해자들까지 무죄 판결을 받는데 이영기 변호사의 역할은 컸다.
이영기 변호사가 사북항쟁 관련 피해자들의 재심을 맡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계기에서 시작됐다. 지난 2013년쯤 황인오 사북항쟁동지회 회장이 사북항쟁 관련 일로 인해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진행하게 됐는데 이때 변호를 이영기 변호사가 맡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사북항쟁동지회와 인연을 맺게 됐다.
이영기 변호사는 “황인오 회장이랑 개인적인 인연으로 명예훼손 소송을 진행하던 중 사북항쟁 피해자들에 대한 재심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됐고 이를 같이 진행해 줄 변호사를 구하고 있다고 해 우연한 계기로 이원갑, 신경 씨의 재심을 맡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처음 이원갑, 신경 씨의 재심을 진행할 때 가장 어려웠던 점은 증인이나 증거를 수집하는 일이었다. 두 명의 사북항쟁 피해자가 재심을 진행했던 2015년에는 사북항쟁에 대한 고문, 폭행이 있었던 것이 인정은 됐으나 이미 사북항쟁이 발생한지 35년이나 지났을 때였기 때문에 증거를 찾기 쉽지 않았다.
더불어 증인으로 신청할 만한 사람들이 하나 둘씩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원갑, 신경 씨의 재판이 무사히 마무리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당시의 상황을 설명해줄 수 있는 당시 경찰 측 증인들을 많이 불렀기 때문이라고 이 변호사는 설명했다.
이영기 변호사는 “당시 재판을 준비하면서 최소 5~6명의 당시 경찰 측 증인들을 불러다가 상황을 설명했던 것이 주요했다”며 “증인 신청을 하고 검찰 측에서 증인을 법정에 데려오고 이런 과정이 힘들긴 했지만 이후에는 그래도 재판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영기 변호사와 사북항쟁동지회의 계속되는 노력 끝에 결국 2015년 2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이원갑, 신경 씨는 사북항쟁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각각 받았던 징역 2년·집행유예 3년과 징역 2년 선고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게 됐다.
이 변호사 입장에서도 변호사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도 이때 겪었다. 당시 재심 재판을 맡았던 서울고등법원 형사 6부 김상환 재판장이 무죄 판결을 하면서 피해자들에게 공감하고 사과하며 눈물까지 보였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원래 재판은 판사를 잘 만나야 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당시 재판장이던 김상환 판사는 원래 인권에 대한 투철한 의식이 있는 사람이었다”며 “그래서 재심 판결 때도 눈물을 보이는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였고 이 부분이 아직까지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22년 춘천지법 원주지원에서 진행된 강윤호 씨에 대한 재심에서도 재판부의 적극적인 태도 덕분에 재판이 잘 진행될 수 있었다. 이 변호사는 “2022년 진행한 강윤호씨 재심 재판에서도 당시 판사가 재심 개시 결정을 할 때 결정적 증인임에도 건강상의 이유로 출석하기 어려웠던 사람을 영상 증인으로 신청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며 “이런 상징적인 사건들이 총 4차례의 사북항쟁 재심을 진행하면서 수 없이 많았다”고 말했다.
현재 이원갑, 신경 씨부터 황한섭씨, 강윤호 씨 그리고 최근 오항규, 진복규, 양규용, 박노연 씨까지 재심을 통해 무죄로 인정된 사북항쟁 국가폭력 피해자는 총 8명으로 늘었다.
이영기 변호사는 사북항쟁에 대한 재심이 주는 의미에 대해 “원래 없는 죄를 고문과 폭행으로 만들었던 사건이기는 하지만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며 “이는 사북항쟁이 역사적으로 정당했던 사건이라는 사법부의 판단을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그렇기 때문에 더 나아간 조치로 사북항쟁에 대한 국가의 직권재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국가 폭력으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던 4·3 사건이나 5·18 민주화운동의 경우에는 검찰이 스스로 나서 바로 세우는 작업인 직권재심을 많이 했다. 하지만 사북항쟁의 경우에는 아직도 논의만 이뤄지고 있는 등 다른 사건에 비해 많이 늦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다른 과거사 사건들과 형평성이 맞고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서둘러 직권재심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이영기 변호사는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사북항쟁 사건을 잘 마무리해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영기 변호사는 “우선 현재 남아 있는 분들의 재심을 충실히 마무리하고 정리해야 할 것은 정리해야 할 것 같다”며 “이후 사북항쟁특별법이 제정된다면 법률가로서 할 수 있는 협조를 다해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김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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