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지오 신축 아파트 바닥에 '곰팡이꽃'…입주민 '분통'

최지혜, 이선영 2023. 8. 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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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장마철 습기문제"
침수피해 이어 곰팡이 발생

대우건설이 시공한 인천의 대단지 아파트 '검암역 로열파크시티 푸르지오' 세대 내부에 곰팡이가 피고 우천 시 커뮤니티 시설에 누수가 발생하는 등 입주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최지혜 기자

[더팩트ㅣ최지혜·이선영 기자] 대우건설이 시공한 대단지 아파트에서 침수와 곰팡이가 발생해 입주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시공사 측은 입주 중인 세대들에 대해 하자보수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입주 이후 발생하는 곰팡이에 대해서는 원인 규명이 어려워 시공사의 보수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우건설은 올해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3위에 올라선 메이저 건설사다. 특히 공사실적 평가액이 전년 4조4912억 원에서 올해 4조7162억 원으로 성장해 순위가 3단계나 뛰었다. 그러나 최근 입주가 시작된 아파트에서 하자가 잇따르면서 '3위 건설사'의 입지가 무색해지는 모습이다.

31일 <더팩트> 취재 결과 인천 서구 한들지구에 들어선 신축 아파트 '검암역 로열파크시티 푸르지오' 세대 내부에 곰팡이가 생기고 비가 오면 단지의 시설이 물에 잠기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 단지는 지난달 30일부터 입주민을 받기 시작한 새 아파트다.

사전점검을 위해 새 아파트에 들어선 입주민들은 마루바닥 곳곳에 핀 곰팡이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시공사 측의 조치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문제의 원인을 해결하는 대신 이미 생긴 곰팡이만 닦아내는 수준에 그쳤다는 것이다.

입주민 A(남·50대)씨는 "마루에 초록색, 흰색 곰팡이가 가득했다"며 "시공사 측에 연락하니 곰팡이 부분만 닦아내고 또 문제가 생기면 그때 시공해준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바닥에서 생긴 곰팡이가 마루 위로 올라오고 있는데 그 부분만 닦고 가구를 놓으면 가구에 가려져 안 보이는 곰팡이들이 공기 중에 계속 튀어 나올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인천의 대단지 아파트 '검암역 로열파크시티 푸르지오' 세대 바닥 곳곳에 곰팡이가 피어 있다. 이 단지는 지난달 30일부터 입주가 시작된 신축 아파트다. /독자 제공

대우건설 측은 정확한 피해 규모는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해당 단지의 입주민 카페에는 곰팡이 피해를 토로하는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 1층 세대 입주민은 "바닥과 벽지에 곰팡이가 슬었다"며 "1층 거주는 처음인데 추후에도 문제가 있을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입주민은 "누수와 곰팡이가 있어 입주를 미뤘다"며 "이후 주기적으로 점검 중이다"라고 했다. 곰팡이 외에도 벽면과 바닥이 젖어 부풀었다는 입주민도 있다.

회사는 입주 전 충분한 '베이크아웃'을 거치지 않아 이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이크아웃은 건물의 실내온도를 높이며 내부 공기를 환기해 유해물질과 습기 등을 배출하는 작업이다.

단순히 베이크아웃만의 문제로 마루 전반에 곰팡이가 생긴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업계의 견해도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보수팀 관계자는 "바닥 콘크리트 함수율(콘크리트의 수분 함량)이 높은 상태에서 마루를 덮으면 곰팡이가 생기거나 들림과 변형이 나타난다"며 "함수율 검토와 베이크아웃 미흡이 복합적인 원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최근 장마기간 동안 습도가 높은 환경이 이어져 베이크아웃을 할 수 있는 시기가 부족했다"며 "일부 입주를 못한 세대들이 있다보니 에어컨을 틀 수도 없어 곰팡이가 발생하는 세대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또 "함수율이 높은 상태에서 마루판을 깔면 하부에서 습이 올라오는 것은 맞다"면서도 "해당 단지의 경우 함수율 테스트를 거쳐 기준에 부합하게 바닥 마감재를 설치했다"고 부연했다.

대우건설 측은 피해 규모를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입주예정자협의회 카페에는 곰팡이가 발생했다는 게시글이 이어지고 있다. /입주예정자협의회 카페 화면 캡쳐

문제는 결로현상이 동반되지 않은 단순 곰팡이 발생은 법률상 아파트 시공 하자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공동주택 하자의 조사, 보수비용 산정 및 하자판정기준'을 보면 단열재 설치 미흡으로 결로와 곰팡이가 발생하면 시공 하자로 판단하고 있다. 검암역 로열파크시티 푸르지오의 사례처럼 아파트 유지관리 과정에서 실내 습도가 높아 곰팡이가 생긴 경우는 하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선 시공사 측은 입주 전까지 곰팡이를 제거하고, 세대 키 분출 후 발생하는 문제는 사후 관리를 통해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결로가 동반되지 않은 곰팡이는 하자로 보기 어렵지만, 입주민들의 불편이 없도록 문제가 발생한 세대들에 대해 곰팡이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며 "재발하는 경우 마루 바닥 제거와 교체를 통해 보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단지에서는 침수 피해도 발생했다. 지난 13일 아파트 1단지 연회장 커뮤니티센터 일대가 물에 잠겼다. 단지 내 엘리베이터들이 멈춰섰고 지하 1층 천장과 비상구 계단 등에도 빗물이 쏟아져 양수 작업을 했다. 일부 세대 입구에는 모래주머니를 쌓아 빗물 유입을 막았다.

인천 서구청 홈페이지에 단지의 준공승인을 미뤄달라는 민원이 다수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민원에는 "바닥 대리석 한쪽이 침몰돼 마감처리도 돼있지 않고, 창문을 여닫는 손잡이도 파손돼 있다"며 "더 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내부 수리가 정리되면 준공승인을 해달라"는 요구가 담겼다.

인천 서구 관계자는 "현재까지 구청을 통해 접수된 해당 단지의 하자 관련 민원은 약 100건"이라며 "통상 구청 민원보다는 단지에서 운영되는 하자 접수처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관련 민원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첫 리조트 도시'를 표방한 검암역 로열파크시티 푸르지오 아파트는 지하 2층~지상 40층 25개동 총 4805가구의 대규모 단지로 조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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