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흔들고 있는 ‘축구의 신’ 메시 효과[이원홍의 스포트라이트]
유럽에서 활동하다 북미 프로축구(MLS) 인터 마이애미로 이적한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36·아르헨티나)는 미국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메시는 인터 마이애미 입단 후 MLS 팀들과 멕시코 팀들이 참가하는 2023 리그스컵 1, 2차전에 출전하며 2경기를 치렀다. 메시는 22일 미 플로리다주 포트로더데일에서 열린 1차전에서 멕시코 팀인 크루스 아술을 상대로 경기 종료 직전 프리킥 결승골을 넣으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같은 장소에서 26일 열린 2차전에서는 MLS 소속인 애틀랜타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4-0 완승을 주도했다. 2경기에서 3골 1도움을 기록하며 월등한 기량을 펼쳤다.
일단 메시 이적의 충격 효과는 메가톤급임이 증명됐다. 메시 데뷔전의 티켓이 최고 11만 달러(약 1억4030만 원)까지 치솟았고, 2만 석이 넘는 경기장 입장권은 매진됐다. 입장권 평균 가격은 487달러(약 62만 원)로 지난해에 비해 10배 올랐다. 인터 마이애미의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는 메시 입단 전 100만 명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1270만 명을 넘겨 12배 이상으로 늘었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중 하나인 프로농구(NBA) 올해 우승팀 덴버 너기츠의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 242만 명(이상 7월 31일 기준)보다 5배가량 많다.
축구계의 관심은 이제 이러한 메시 효과를 미국이 어떻게 지속시키느냐에 쏠려 있다. 이와 관련한 큰 흐름이 감지된다. 그것은 ‘히스패닉’(스페인어권 이주자 및 후손들)과 ‘온라인’으로 압축된다.
먼저 MLS는 메시를 앞세워 미국 내에서 축구에 가장 열정적인 히스패닉 팬들을 더 적극적으로 끌어들일 것으로 보인다. 6800만 명으로 추산되는 이들은 가장 큰 축구 고객이다. 1994 미국 월드컵이 흑자를 낼 수 있었던 데에는 이러한 히스패닉계의 호응이 컸다. MLS 중계를 영어뿐 아니라 스페인어로도 진행하는 데에는 이러한 배경이 담겨 있다. 이어 미국과 인접한 멕시코의 광적인 축구 열기까지 끌어들인다면 거대한 북중미 축구 시장이 미국 주도로 통합되거나 새로 열릴 수 있다. 메시가 미국에서 뛰게 됨으로써 미국과 멕시코의 팀들이 참가하는 리그스컵에 대한 멕시코 축구팬들의 관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MLS 고위 관계자는 최근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리그스컵이 꼭 보아야 하는 대회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MLS는 이렇듯 히스패닉계를 바탕으로 확실한 기반을 다져 나가면서 미국 안팎으로 시장을 확장시켜 나가려 한다. 이를 위한 도구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쓰이고 있다. MLS는 지난해 기존 방송사들과 이별하고 애플과 10년간 3조 원이 넘는 중계 계약을 새로 체결했다. 애플은 OTT를 바탕으로 하는 애플TV를 통해 세계 100여 개국에 MLS를 독점 중계한다. 지역적, 시간적 장벽이 없는 온라인 중계의 강점을 받아들인 것이다.
애플TV는 전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메시의 등장을 계기로 구독자 확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애플은 즉시 메시 다큐멘터리 제작에 들어가는 등 메시 관련 콘텐츠 늘리기에 나섰다. 애플은 또 메시에게 신규 구독자가 늘어나면 이와 비례해 수익을 나눠주는 파격적인 조건도 제시했다. 이는 메시 활약의 지속성이 관건인 만큼 메시가 끝까지 더 많은 활약을 펼치도록 유도하기 위함이다. 메시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지에 있어서는 메시의 활약 여부와 함께 이와 관련된 스토리를 확산시키는 애플TV의 역량이 중요하다.
애플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스포츠 산업으로의 신규 진출을 통해 이 분야에서 수익 창출 노하우를 쌓고, 동시에 애플 홍보 효과를 통한 애플 제품의 판매량 증대를 노린다. 스포츠 산업과 빅테크 산업이 어떤 시너지를 낼지 관심이 쏠린다. 세계 시가총액 1위인 애플의 스포츠 시장 진출은 기존 판도를 흔들 수 있다. 이 새로운 실험의 중심에 메시가 있다.
일부에서는 30대 후반인 메시의 미국에서의 활약이 ‘백조의 울음’처럼 마지막에 뿜어내는 순간적인 기염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메시가 미국 축구 시장 자체를 바꾼다면 그가 끼친 영향은 하나의 분수령이나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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