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희창칼럼] 지구 열대화 두고만 볼 건가

채희창 2023. 7. 31.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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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온난화 넘어 지구 끓는다” 경고
미국·유럽 등 전 세계 극한폭염 비상
G20, 화석연료 감축 합의에 또 실패
자국이기주의 탈피, 행동해야 할 때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미래의 주요 문제는 항상 지구 차원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수십 년 안에 인류가 종말을 맞는 세 가지 시나리오로 핵전쟁, 인공지능(AI) 발전과 함께 지구 온난화(기후변화)를 꼽았다. 현재 지구의 온도는 빙하기에 비해 6도나 더 높아졌다. 기후변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이 초래한 폭염, 산불, 해수면 상승, 폭우 등으로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가 2050년 기후난민이 2억명을 넘을 것이라고 우려할 정도다.

2021년 여름 시베리아의 산림 지역에서 초대형 산불이 나 전 세계를 긴장시켰다. 한 달 간 서울 면적의 24배가 타 엄청난 먼지와 이산화탄소가 발생했다. 당시 미국 뉴욕타임스 1면 톱 제목이 ‘한 달째 불타는 시베리아의 눈물’이었다. 영국 가디언은 오염된 공기(air)가 만들어낸 묵시록(apocalypse), ‘에어포칼립스’(airpocalypse)라는 표현까지 썼다. 지표면 아래가 얼음덩어리인 툰드라 지역이 불에 초토화된 건 충격이었다.
채희창 수석논설위원
“지구 온난화 시대가 끝나고 이제 지구 열대화(global boiling) 시대가 도래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며칠 전 “올해 7월이 역사상 가장 더운 달”이라는 세계기상기구(WMO)의 분석을 바탕으로 이같이 경고했다. 단순한 기온 상승을 넘어 인류 생존이 힘들 정도의 극한 기후 시대에 들어섰다는 뜻이다. “현재 기후변화는 공포스러운 상황이지만 시작에 불과하다”고 한 대목은 섬뜩하다.

미국, 유럽, 아프리카, 중국, 인도 등 전 세계가 40도가 훌쩍 넘는 폭염에 신음하고 있다. 인구의 절반이 넘는 1억7500만명이 폭염에 노출된 미국은 사상 첫 연방정부 차원의 폭염 위험경보를 발령했다. 그리스, 이탈리아 등 지중해 일대에선 산불이 꺼지지 않아 이재민이 급증하고 있다. 알프스 산봉우리 빙하도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전례 없는 ‘극한호우’로 50명이 사망했고, 35도가 넘는 폭염으로 비상이 걸렸다. 지난 주말 이틀 동안 온열질환으로 최소 17명이 숨졌을 정도다. 8월에도 역대 최고 수준의 폭염이 닥친다니 걱정이다.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데도 전 세계의 기후위기 대응은 진척이 없다. 국제사회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을 통해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5도 이하로 제한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1.5도는 전 세계가 기후변화 위험을 견딜 수 있는 수준으로 제시된 수치다. 그럼에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최근 발표한 6차 보고서에는 평균기온 상승 폭이 1.14도까지 올랐다. “지구 온도가 향후 5년 이내에 1.5도 이상 높아질 확률이 66%에 달한다”는 WMO의 관측이 현실이 될까 두렵다.

무엇보다 강대국들의 책임이 크다. 미국과 중국은 온실가스 배출 세계 1, 2위 국가다. 존 케리 미국 기후변화 특사가 최근 “기후위기 문제에서 양국이 우선 힘을 합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의 대(對)중국 압박 해제가 먼저”라며 거부했다. 주요 20개국(G20)의 환경장관, 에너지장관들도 잇따라 모였지만 화석연료, 특히 석탄 감축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자국이기주의에 매몰된 탓이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9위인 한국도 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런데도 지난해 한국의 기후변화대응지수(CCPI)는 탄소배출량의 90%를 차지하는 60개국 중 57위로 최하위권이었다. 2021년에도 59위였다. “한국 정부의 기후위기 불감증이 심각하다”는 국제환경단체의 비판을 들을 법하다.

기후위기는 인류 생존과 직결된 절체절명의 문제다. 하라리의 말마따나 초강대국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지도자들이 이끌어야 한다. 더 이상 변명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이 먼저 움직이기를 기다려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정부는 물론 기업, 시민사회, 개인 모두 나서야 할 때다. 화석연료에 의지해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살아온 산업 구조와 노동 환경, 생활 방식을 바꿔야 한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채희창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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