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란의시읽는마음] 김성인피아노

2023. 7. 31.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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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시인은 "성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에게서 피아노를 배웠나 보다.

그 스승의 가르침대로 시인은 피아노를 곧잘 연주하게 되었을까.

그래서 결국 시인이 되었나.

나는 피아노를 배운 적도 없고 소리에 대해서라면 더더욱 문외한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놓쳤을 때 "영영 하루가 저물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에 대해서는 어렴풋이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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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인
입 다문 셔터 뒤에서 소리가 난다

어떤 소리를 놓치게 된다면
영영 하루가 저물지 않을 수도 있단다

나와 이름이 같은 피아노 학원
원장은 보이지 않는 것을

잘 보기 위해서는
소리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리는 높거나 낮은 게 아니고
무겁고 가벼운 것도 아닌
깊어졌다가 얕아지는 거다

어제는 깊은 소리에 손을 담갔으니
오늘은 얕은 소리를 향해 걸어가자
(후략)
언젠가 시인은 “성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에게서 피아노를 배웠나 보다. 그 스승의 가르침대로 시인은 피아노를 곧잘 연주하게 되었을까. 소리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을까. 알 수 없다.

다만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해 무척이나 애를 쓴 것 같다. 그래서 결국 시인이 되었나.

나는 피아노를 배운 적도 없고 소리에 대해서라면 더더욱 문외한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놓쳤을 때 “영영 하루가 저물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에 대해서는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세상에는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성하고, 때로 그것이 이 삶을 지탱하리라. 삶의 어려운 건반과 건반 사이에서 망설일 때 끝내, 보이지 않는 것들이 내 손을 끌어 주리라.

박소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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