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식의세계속으로] 아프리카를 횡단하는 ‘쿠데타 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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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서부 아프리카 니제르에서 군부가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무너뜨리는 쿠데타가 발생했다.
앞으로 니제르 정국의 향방을 알기는 어렵지만 최근 아프리카 대륙을 뒤흔드는 쿠데타의 도미노 현상은 심각하다.
2020년 이후 기니, 말리, 부르키나파소, 차드, 수단이 쿠데타를 경험했고 여기 니제르가 동참함으로써 대서양부터 인도양까지 아프리카 대륙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쿠데타 벨트가 완성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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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佛 개입 신중에 러 용병 끌어들여 혼란 가중
유럽의 강대국들이 19세기 세계를 놓고 ‘땅따먹기’를 하던 시절 영국과 프랑스는 아프리카를 집어삼키기 위해 횡단 점령을 시도했다. 영국은 남북으로 이집트부터 남아프리카까지 연결을 시도했고, 프랑스는 대서양과 인도양을 동서로 이으려 했다. 당시는 영국이 수단을 차지함으로써 남북 통로가 형성되었으나 이번 21세기 쿠데타 벨트는 동서를 관통한다.
이 지역의 공통된 정치 불안정은 지정학적으로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하다. 아프리카의 동서 횡단 벨트는 사하라 사막 바로 밑에 형성된 초원 지역이며 사헬(Sahel)이라 불린다. 인구 밀도가 낮은 광활한 지역인 만큼 정부가 국토를 세밀하게 통치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인종적으로 아랍계와 다양한 흑인 부족이 뒤섞여 있는 혼잡한 상황이다.
2020년대 들어 쿠데타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의 침투로 인한 정치 불안을 들 수 있다. 아프가니스탄에 똬리를 틀었던 알카에다나 이라크·시리아 지역의 이슬람국가(IS)가 서아시아를 떠나 아프리카 사헬 지역으로 옮겨 왔다. 내전으로 인한 정치적 불안이 사헬 지역 국가의 일상이 되었고 따라서 군부의 목소리도 커졌다.
힘으로 권력을 찬탈하려는 군부 세력은 대중의 반서방 의식을 십분 활용했다. 프랑스나 영국에 대한 반식민주의 정서와 미국에 대한 반제국주의 열기를 동원했다. 주말에 니제르 시위대가 프랑스 대사관을 공격한 것도 이런 배경이다. 아프리카의 비극과 빈곤은 유럽과 미국의 탓이라는 단순한 논리를 앞세워 정부를 전복하는 자신들의 권력욕을 포장했다.
하지만 21세기의 미국이나 프랑스는 과거와는 달리 국내 여론의 눈치도 보고 국제사회의 시선도 의식한다. 예전처럼 막무가내로 무력을 통해 아프리카 내정에 간섭하지는 못한다. 니제르에 현재 주둔하는 상당 규모의 미국(1000여명)이나 프랑스(1500여명) 군대가 쿠데타를 방관하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프랑스는 말리에도 5000명의 군대를 파견하고 있었으나 쿠데타 세력의 요청에 따라 ‘얌전히’ 철수했다.
아프리카의 쿠데타 세력이 쉽게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은 러시아의 무력이다. 사헬 지역에서 러시아의 바그너 용병 부대는 이슬람 근본주의 반군을 저지하면서 쿠데타 세력을 옹호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물론 최근 러시아 사태에서 확인했듯 바그너 부대는 ‘주인조차 무는 개’가 될 수도 있지만 당장 급한 쿠데타 세력에게는 거절하기 어려운 유혹이다.
내전의 불안을 핑계 삼고, 대중의 역사적 감정을 악용하여 위험천만의 용병 부대를 국내로 끌어들이는 쿠데타의 방정식이 사헬에서 광범위한 폭풍을 만들어내는 중이다. 이웃 나라의 군부를 모방하는 모험이 들불 번지듯 유행하면서 가뜩이나 빈곤과 불안의 늪에서 신음하는 지역이 더욱 짙은 그림자로 덮이고 있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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