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되면 러군 죽어나간다” 우크라 ‘바흐무트 유령들’ 정체는

지난 5월 바흐무트 인근에서 총을 들고 있는 우크라이나 저격수 모습. /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동부의 최대 격전지 바흐무트에서 ‘유령들’이라고 불리는 우크라이나 저격팀이 크게 활약하고 있다. 밤이면 나타나 러시아군을 소리소문없이 사살한다고 해서, 이 같은 별명이 붙었다.

31일(현지 시각)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최근 우크라이나 바흐무트에서는 ‘바흐무트의 유령들’이라고 불리는 20명 규모의 최정예 저격팀이 활약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6개월간 바흐무트 일대에서 야간 작전을 수행하며 높은 성공률을 과시하고 있다. 이 기간 저격팀이 사살한 러시아군은 524명이다. 이들 가운데 76명은 저격팀 지휘관 혼자 담당했다. 저격팀 지휘관은 “우리가 일대에서 공포를 불러일으키면서 ‘바흐무트의 유령들’로 불리게 됐다”고 했다.

BBC는 이들이 늦은 밤 활동을 시작해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일과를 스케치 형식으로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해 질 무렵이 되면 장갑차에 올라탄다. 이후 목표 지점에서부터 약 1마일(약 1.6㎞) 떨어진 곳에 하차한 뒤, 걸어서 이동하며 밤새 임무를 수행한다. 그리고 새벽에 다시 기지로 돌아온다. 팀원들은 매번 성호를 그으며 자신과 동료의 무사 귀환을 기도한다. 장갑차는 저격팀을 태운 채 지뢰가 가득한 흙길을 이동한다.

총기를 손질하고 있는 바흐무트 유령들 소속의 콜사인 '쿠지아' 저격수. /BBC 캡처

바흐무트의 유령들은 러시아군을 사살해야만 하는 상황이 달갑지만은 않다고 전했다. 콜사인이 ‘쿠지아’인 저격수는 “자랑스러워할 일은 전혀 아니다. 우리는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적을 파괴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쿠지아는 총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지만, 러시아의 침공으로 어쩔 수 없이 무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는 “매 임무가 위험하다. 실수하면 적의 역공을 받는다”며 “물론 나도 무섭다. 바보들이나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하루하루 생사의 갈림길에 던져진다. 쿠지아는 모두가 살아서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날 “모두가 살아 돌아와서 기쁘다”고 했다. 지난 6개월간 팀원들이 크고 작은 상처는 많이 입었지만,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다. 바흐무트 유령들 팀원이 되기 위해서는 군 기술이나 경험보다도 인간애와 애국심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저격팀은 이들의 임무가 바흐무트를 탈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은 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우크라이나군의 사기를 높일 수는 있다고 믿는다. 쿠지아는 “모든 여정이 우리의 마지막일지 모르지만, 우리는 고귀한 행동을 하고 있다”며 “저격팀 하나로 바흐무트를 되찾을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최소한 전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무 소리도 없이 러시아군을 ‘사냥’하는 것은 적에게 심리적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