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TC 추가 모집하겠다는 육군, 정작 경험자들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미드나잇 이슈]
육군이 창군 이래 처음으로 학군단(ROTC) 후보생을 추가 모집한다. 수년간 ROTC 경쟁률이 감소하다 올해는 합격자 수가 미달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자 고육지책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긴 복무기간과 낮은 월급 등의 고질적인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이상 추가 모집은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ROTC 출신자들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경쟁률 하락의 첫 번째 원인은 병사보다 상대적으로 긴 복무기간이다. 현재 병사는 18개월(육군 기준)을 복무하지만, ROTC는 졸업 후 장교 임관 때부터 28개월을 복무해야 한다. 병사 복무기간이 36개월에서 18개월로 단계적으로 줄어들 동안 ROTC 복무기간은 1968년부터 28개월을 유지 중이다. 굳이 10개월 길게 군 생활을 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병사 월급이 꾸준히 상승한 점도 ROTC 지원율에 찬물을 끼얹었다. 올해 기준 병장 월급은 100만원이고 정부는 2025년까지 병장 월급을 150만원까지 올리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ROTC로 소위 임관하면 받는 기본급이 178만5300원인데 병장과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178만5300원은 내년도 최저시급(시간당 9860원) 기준 월급인 201만580원에도 못 미친다.
ROTC 출신 간부 혹은 예비역들은 ROTC 지원 유인이 사라졌다고 지적한다. 4년 차 ROTC 장교인 김모(27)씨는 “초급간부는 최저시급에 못 미치는 급여를 받고, 실제 근로 시간만큼 추가 수당을 못 받는 경우가 많다”며 “기존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아 모르고 지원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현재는 많은 매체에서 이 문제를 다뤄 젊은층이 더 이상 장교로 지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ROTC는 미국의 장교 양성제도를 참고해 1961년 창설됐다. 118개 대학이 학군단을 운영 중이며 창설 이후 올해까지 21만여명의 장교를 배출했다. ROTC 출신 유명인으로는 △고려대 학군 5기 MC 이상용씨 △건국대 학군 5기 탤런트 주현씨 △홍익대 학군 7기 MC 이상벽씨 △한국외대 학군 12기 배우 안성기씨 등이 있다. 아산사회복지재단 정몽준 이사장도 서울대 학군단 13기다.
ROTC는 육군 참모총장도 배출했다. 남영신 전 육군 참모총장은 2020년 9월 ROTC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육군 참모총장 자리에 올랐다.
김지호 인턴기자 kimja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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