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멀어진 여자 월드컵 16강…독일전 ‘유종의 미’ 거둘까

벨호, 3일 조별리그 최종전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31일 호주 시드니 외곽의 캠벨타운 스포츠 스타디움에서 회복 훈련을 하고 있다. 캠벨타운 | 연합뉴스

2경기 무득점…골가뭄 탈출 ‘절실’
5년 전 남자 축구 ‘카잔의 기적’처럼
전차군단 잡고 ‘새 희망’ 쏠지 주목

한국 여자축구가 5년 전 러시아 카잔에서 일어났던 ‘카잔의 기적’을 이뤄낼 수 있을까. 경우의 수에 따라 기적 같은 16강 진출을 노릴 수 있지만, 조건은 그때보다 더욱 가혹하다. 그래도 승리를 향해 뛰어야 한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지난 30일 모로코와의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에서 0-1로 패해 최하위(2패·승점 0점·골득실 -3)로 떨어졌다.

2연패의 한국은 조별리그 탈락이 유력해졌다. 다만, 아직 탈락은 아니다. 콜롬비아가 독일과의 2차전서 극적인 2-1 승리를 챙긴 덕분이다. 현재 H조 1위는 2승인 콜롬비아(승점 6점·골득실+3)이고 독일이 1승1패(승점 4점·골득실+5)로 2위다. 모로코가 독일과 승점이 같으나 골득실에서 -5로 밀려 3위다.

H조 최종전 2경기는 8월3일 오후 7시에 열린다. 한국은 독일과, 콜롬비아는 모로코와 최종전을 치른다. 한국이 조 2위로 16강을 기대할 경우의 수는 희박하지만 있다. 한국이 독일을 이기고 콜롬비아가 모로코를 제압한다면 독일, 모로코, 한국이 1승2패로 같아진다. 여기서 한국이 독일을 최소 5골 차로 이긴다면 2위에 오를 수 있다.

현재 한국이 처한 상황은 5년 전 러시아 월드컵 때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처했던 상황과 유사하다. 당시 한국은 스웨덴, 멕시코와 조별리그 첫 두 경기를 모두 패하며 사기가 바닥을 쳤으나, 당시 FIFA 랭킹 1위였던 독일과의 최종전서 2-0으로 이기는 기적과도 같은 일을 달성했다. 이른바 ‘카잔의 기적’이다. 당시 멕시코가 스웨덴에 이기기만 했더라도 한국은 조 2위로 극적인 16강 진출을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좀 다르다. 당시 독일과 한국은 최종전을 앞두고 골득실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았다. 또 손흥민(토트넘)의 득점력도 살아 있었다.

지금은 골득실 차이가 너무 많이 벌어져 있다. 양팀의 전력 차이를 감안하면 5골차 승리는 사실상 힘들다. 더구나 대표팀은 앞선 2경기에서 한 골도 넣지 못했다.

그래도 승리를 목표로 나서야 한다. 카잔의 기적 이후 한국 남자대표팀은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하에서 4년간 철저하게 준비하며 결국 카타르 월드컵 16강을 이뤄냈다. 월드컵 유종의 미는 새로운 출발의 밑거름이 됐다. 한국 여자축구도 독일전이 열리는 브리즈번에서 새로운 희망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 경기를 펼쳐야 한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