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금배 경기 데이터로 ‘한국 축구 미래’ 밑그림 그린다
학원축구·클럽축구 강자들 참가에
축구협 TSG 위원들 ‘42경기 직관’
감독 면담 등 통해 정성적 평가 더해
K리그 유스 대회·U-17 월드컵 연계
국제 경쟁력 점검하고 방향성 모색
지난 30일 제천종합운동장에선 선수들의 몸놀림에 점수를 매기는 세 사람이 눈에 띄었다. 무더운 날씨에 꺼릴 만한 검정색 옷차림, 골이 터질 때마다 흥분하는 관중과 달리 그 직전 선수들의 동선과 기술, 감독의 반응 등을 눈여겨보았다.
제56회 대통령금배 고교축구대회에 파견된 대한축구협회 기술연구그룹(TSG) 위원들이었다. 이들은 금배가 개막한 지난 20일 조별리그부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김태엽 TSG 위원은 기자와 만나 “TSG는 한국 축구의 현재를 보고, 올바른 미래를 위해 지름길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면서 “우리는 금배에서 우리의 현주소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TSG 위원들은 한국 청소년 축구의 현주소를 확인하기 위해 3명이 각각 하루에 3경기씩 직관하고 있다.
백영철 TSG 위원은 “조별리그부터 8월2일 결승전까지 합친다면 전체 60경기 중 42경기를 보는 것”이라며 “우리가 보지 못한 18경기도 데이터 수집은 병행해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협회가 금배를 일종의 테스트베드로 선택한 것은 학원축구와 클럽축구 강자가 두루 참가하면서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살펴볼 수 있는 대회의 특징 때문이다. 금배 외에 프로 산하 클럽들이 참가하는 K리그 유스 챔피언십 자료까지 합치면 한국 청소년 축구를 확인하는 첫걸음을 떼게 된다.
최승범 TSG 위원은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선수들의 수준을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면서 “국내에는 176개의 고교축구팀이 있다. 여름철 전국대회에는 보통 30개 안팎의 팀들이 참가하는데, 금배와 K리그 유스 챔피언십의 상징성을 감안해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TSG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에서 공개했던 통계 분석자료를 기본 포맷으로 슈팅과 패스, 드리블 등 기본 데이터를 수집한 뒤 현장 직관으로만 확인할 수 있는 정성적 평가를 더하고 있다. 경기 전후 지도자들을 직접 면담해 의도했던 전술의 구현 여부와 방향성을 파악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금배 현장에 파견된 3명 모두 현장의 지도자를 가르친 전임 강사라 가능한 일이다. TSG 위원들은 축구대표팀 감독까지 맡을 수 있는 P급 라이선스 보유자이기도 하다.
TSG 위원들은 금배 현장에서 깊은 인상을 받은 케이스도 일부 공개했다. 결승까지 오른 서울 영등포공고와 성적과는 별개로 방향성과 노력이 빛을 발한 경기 화성시 U18이었다.
최 위원은 “영등포공고는 전통과 문화라는 특징을 잘 보여준 팀”이라고 했고, 백 위원은 “화성은 2학년이 주축인 팀으로 중학교부터 5년간 하나의 방향성을 유지한 것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보여줬다”고 했다.
협회의 이번 프로젝트는 11월 인도네시아 17세 이하(U-17) 월드컵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금배처럼 각국 선수단을 동일 기준으로 비교할 때 한국의 현주소와 격차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결과물은 12월 협회 지도자 콘퍼런스를 통해 현장과 공유할 예정이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준비하는 밑그림이다. 김 위원은 “아직 최종적인 메시지를 정리하지 못했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천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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