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에서 자살폭탄테러…“사망자 54명, 부상자 200여명”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파키스탄 북서부에서 열린 정치 집회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54명이 숨지고 2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외신에 따르면 30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접경지인 파키스탄 북서부 카르카이버·파크쿤트와주(州) 바자우르에서 이슬람 강경파 정치지도자들이 모인 정치 집회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일어났다.

사망자 수는 현재까지 54명으로 늘었고 부상자는 약 2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행사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과 가까운 성직자로 자미아트 울레마-에-이슬라미(JUIF) 정당 지도자인 마울라나 파즐루르 레만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행사장에 지지자들이 너무 많이 몰려 텐트를 추가로 설치하고 자원봉사자들이 군중을 통제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날 집결 인원이 최소 1000명이었다는 보도도 있다.

폭탄 테러가 발생했을 때에는 레만이 현장에 있지 않았으나 고위급 인사들이 모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P 통신에 따르면 폭탄이 터진 순간은 JUIF 당 고위 인사인 압둘 라시드가 도착했다는 발표가 나오던 차였다.

파키스탄 당국은 군 헬기 등을 동원해 부상자들을 카르카이버·파크쿤트와주 주도인 페샤와르의 병원으로 이송시켰다. 하지만 중상자들이 병원에서 숨지면서 사망자 수는 늘어나고 있다.

현지 경찰은 폭탄이 장착된 조끼를 입은 자살 테러범이 공격을 자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과 적대 관계인 ‘이슬람 국가’(IS)가 공격 배후에 있을 가능성을 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테러범이 JUIF 고위 지도자들이 앉아 있던 무대 근처에서 폭탄을 터트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폭발로 이 당의 지역 수장인 마울라나 지아울라가 사망했지만 라시드 등 무대에 있던 다른 지도자들은 목숨을 건진 것으로 보도됐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도 이 공격을 규탄하고 레만에게 전화해 애도의 뜻을 전달했다.

테러가 발생한 바자우르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부와 동맹인 무장세력 파키스탄 탈레반(TTP)의 거점 지역이다.

TTP는 성명에서 “이슬람주의자들이 서로 적대시하는 것을 겨냥한 공격”이라고 밝혔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도 소셜미디어 엑스(X·전 트위터)에서 “이러한 범죄는 어떤 식으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다.

이날 테러는 파키스탄 북서부에서 최근 발생한 최악의 공격 중 하나에 해당된다.

2014년에는 북서부 페샤와르의 군 부설 학교에서 TTP의 총기 난사로 학생과 교사 등 147명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고 올해 1월에는 페샤와르의 경찰 단지 내 모스크(이슬람사원)에서 자폭 테러가 발생해 100명 이상이 숨지기도 했다.

AP 통신은 특히 이번 폭탄 테러는 허리펑 중국 부총리가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하기 몇시간 전에 발생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날은 허 부총리가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의 주요 프로젝트인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10주년을 기념하고자 파키스탄을 방문한 날이다.

파키스탄은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핵심 국가로서 중국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대규모 인프라 사업을 진행한 후 대외 부채 문제에 시달려왔다. 이에 중국은 올해 3월 파키스탄의 부채 13억달러 상환을 연장해 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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