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컷] 여대생 카페 한 컷이 전문가 사진보다 좋아보이는 이유
긴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코로나 시국 3년, 마스크 쓰고 여행도 못 가고 얼마나 긴 시간을 참아왔나. 거리 두기 해제 후 첫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누구든 여행지에서 멋진 사진을 남기고 싶을 것이다.
여행 사진 책만 스물 다섯 권을 낸 여행사진가 신석교를 만나 여행지에서 어떻게 하면 멋진 사진을 찍는지 물어봤다. 다음은 그가 말한 개성 있는 여행사진 찍는 법이다.
여행지를 다녀오면 잘 찍은 사진들은 흔하다. 다 비슷한 사진들만 찍어온다. 당신이 프랑스 파리에 갔다 치자. 누구든 에펠탑이나 몽마르트 언덕을 가겠지. 모두가 그렇게 비슷한 곳에 들러 비슷한 모습만 찍고 온다. 그런데 내가 본 최고의 에펠탑 사진은 그 앞이나 위에서 찍은 것도 아니라 어느 건물 창밖 발코니에서 멀리 찍힌 에펠탑이다.
‘사진을 잘 찍는다’는 개념은 이제 바뀔 때가 되었다. 폰 사진도 잘 찍힌다. 중요한 것은 구도나 광선 같은 사진 기술이 아니다. 좋은 여행사진은 개인의 감각이 크게 작용한다.
어릴 때 시골에서 토끼를 기르던 추억을 가진 흙냄새를 사랑하다. 그래서 언젠가 그리스의 텅 빈 땅을 가보고 싶기도 하다. 이런 것들은 개인의 경험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여행지에서 끌림도 각자가 다른 것이다.
언젠가 지인 한 분이 내가 찍은 야자수 사진을 보더니 한 장 얻을수 없냐고 물어왔다. 이 사진이 나무가 좋은건지 아니면 구도가 마음에 드는지를 물었더니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 사진의 하늘 색깔이 돌아가신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색이라 사진을 보면 아버지 생각이 떠올라서 좋다는 거였다. 저마다 보는 시선은 이렇게 다르다. 끌림은 그 사람만의 정서다.
여행지가 외국이라면 살면서 다시 가기는 어렵다. 그래서 여행지에서는 수많은 낯선 것들에서 ‘선택’이 필요하다. 분명한 의도를 갖고 자신이 좋아하는 걸 미리 생각하고 가면 좋다. 카페면 카페, 자전거, 애견, 벤치, 거리의 간판, 사람들 등. 이야기와 주제를 생각해서 스토리를 만들어가면 좋은 여행 사진이 만들어진다.
내 페이스북 친구들 중엔 사진 전문가들이 많다. 잘 찍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사진 잘 찍는 사람들의 사진보다 카페 투어를 다니면서 방문한 카페 모습을 찍는 여대생들의 흑백 사진이 더 새롭다. 그런 사진에서 그들의 정서적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좋다.
경복궁을 찍은 사진과 경복궁에서 찍은 사진은 다르다. 여행은 내가 바깥 세상을 경험하고 싶다는 욕구에서 출발한다. 결국 그 사람의 시선을 통해서 본 여행지의 모습이 나오는 사진이 좋다. 수잔 손탁이 “사진은 회화보다 연극에 가깝다”는 말에 동의한다. 좀 서툴러도 볼 가치가 있는 사진에 시선이 간다.
낯선 곳에 가서 카메라를 드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걸 어떻게 극복할 수 있나? 사람들과 어떻게 친해질까? 사실 여행을 오래 다니다 보면 직감이 늘기도 한다. 저 사람은 얘기하면 들어줄 사람. 표정이나 상황, 분위기. 공원을 가는데 청년들이 술 마시면서 기타를 치고 논다. 음악을 하는 사람 치고 악당은 거의 없다. 나는 내가 찍어도 될까 라고 안 묻는다. 그냥 상대를 칭찬한다. 멋지다. 아름답다. 좋다 정도의 현지 언어 몇 마디만 배워 갖고 가서 얘기하면 된다. 어느 나라 어느 곳에서도 사람들은 같은 말을 하면 다 좋아한다.
뭔가에 열중한 사람들을 물어 보고 찍으면 흐름이 끊길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엔 먼저 몇 장 찍고 설명을 한다. 그리고 내가 찍었던 사진들을 폰에 저장해서 보여주면 사람들이 다 이해하고 허락한다. 내 폰 갤러리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내가 좀 더 찍고 싶다고 하면 오케이 한다. 그리고 여행 사진은 교감하고 공감하는 것을 찍는 것. 모든 것을 보여주기 위해 여행 사진을 찍을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가 좀 카메라 앞에 배타적인 편이다. 스페인에 가면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해주기도 한다. 여행을 갈때 일부러 여행자 복장을 하는 것이 상대를 안심시키는 것이 될수 있다. 국내 여행에서 지방을 가서 카메라를 들어 보이면 십중팔구는 “여기 재개발 들어가냐?”고 묻는다. 그래서 일부러 여행자인 모습으로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편이 낫다. 그냥 소탈한 느낌으로 가벼운 티셔츠 차림으로 다닌다.
해외는 일부러 개성 있는 여행자 모습으로 다닌다. 어떤 여행 사진가는 강하게 보이기 위해 머리를 빡빡 밀고 다니는데 난 그러고 싶지는 않다. 낯선 곳에 갔을 때도 첫 인상이 중요하다. 큰 카메라를 들면 국내이든 외국이든 다 긴장한다. 방송국에서 온 줄도 안다. 작은 카메라나 폰카는 의식을 안 한다. 눈에 띄는 복장, 큰 카메라가 불리할 수도 있다. 여행 사진은 풍경 사진 보다 순발력이 더 필요하다.
사진을 잘 찍으려면 찍히는 상대와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본다. 결국 잘 아는 사람과 찍는 사진이 가장 소통도 잘하기 때문에 교감을 통해서 좋은 사진이 나온다. 여행 사진은 특히 구도 같은 기술적인 것에 얽매이기보다 느낌에 충실한 편이 좋다.
좋은 경관을 볼 때 어떻게 잘 찍느냐고. 일단 많이 찍어보라. 찍다 보면 많은 사진이 만들어지고 다른 느낌이 나온다. 잘 찍은 사진은 수집이고 기록이다. 나만의 사진이라는 개념은 내용과 형식. 내용은 내가 바라보는 사진. 형식은 내가 바라보는 느낌. 시각적인 나만의 스타일을 갖는 것. 여행의 설렘과 낭만, 위험 요소 등이 낯선 도시에서 결국은 나만의 경험과 느낌으로 사진을 찍는 것이다. 사진에서 누가 더 잘 찍는 것은 없다. 특히 여행 사진은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잘 찍은 것보다는 이야기가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여행지에서 거리의 악사나 가족들 모습을 좋아한다.
좋은 포인트는 어떻게 찾을까. 어느 여행지이든 관광 기념품 파는 곳에 엽서를 판다. 엽서사진을 찍지 마라고 하지만 가장 특징적인 포인트가 거기에 있다. 여행은 새롭고 낯선 장소를 가는 것이다. 나는 가기 전에 자료를 찾아보고 준비해서 간다. 그리고 보통 굉장히 많이 찍는다. 여행지에서는 상황이 자주 변하고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에 사진을 먼저 찍고 와서 생각하는 편이다. 직관적으로 내가 찍는 것이 곧 내 스타일이기도 하다. 내가 선택한 느낌과 시선, 기록이 곧 사진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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