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제르 친쿠데타 시위서 “프랑스 타도” “푸틴 만세”

김서영 기자 2023. 7. 31.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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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제르 쿠데타를 주도한 압두라흐마네 치아니 장군을 지지하기 위해 30일(현지시간) 수도 니아메에서 열린 행진에 참가한 한 시민이 ‘프랑스 타도, 푸틴 만세’라고 쓴 포스터를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수도에 군중 수천명 모여
‘식민 지배’ 프랑스 규탄
친러 군사정권 들어설까
미국도 사태 예의주시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서아프리카 니제르에서 향후 러시아의 존재감이 커질 가능성이 대두했다.

30일(현지시간) AP통신·CNN 등에 따르면, 니제르 수도 니아메에서는 이날 수천명이 모여 쿠데타 지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프랑스를 타도하라”며 프랑스 대사관을 습격해 불을 질렀다. 니제르는 1960년 독립하기 전까지 50년 이상 프랑스의 식민지였다. 독립 후에도 프랑스와 밀접한 외교 관계를 이어왔으나, 니제르 내에는 프랑스가 자국의 자원을 제국주의적으로 약탈했다는 반발이 강하다.

반프랑스 정서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날 시위에는 “푸틴 만세”, “러시아 만세”와 같은 친러시아 구호가 등장했다. 일부 시위대는 프랑스 대사관의 명판을 부수고 밟은 다음 러시아와 니제르 국기로 교체하기도 했다. 한 시위 참가자는 “니제르는 프랑스적 질서하에서 너무 큰 고통을 받았다. 나는 10년 동안 실직 상태”라고 말했다. 한 대학생은 “쿠데타를 일으킨 이들은 우리를 약탈한 프랑스에 반대한다”며 “프랑스를 아프리카에서 쫓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니제르 쿠데타는 서아프리카에서 프랑스의 영향력이 쪼그라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프랑스는 8년여간 지속했던 대테러 작전 ‘바르칸’을 지난해 11월 종료하고 부르키나파소와 말리 등지에서 철군했다.

그럼에도 프랑스는 ‘최후의 보루’ 격으로 니제르에 병력 약 1500명을 남겨두고 기존 모하메드 바줌 정권과도 우호적 관계를 형성했는데, 이번 쿠데타로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니제르에 있는 프랑스 국민이나 시설이 공격당할 경우 보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도 니제르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은 니제르를 이슬람국가(IS), 알카에다, 보코하람 등 극단주의 세력과 맞서는 대테러전 거점으로 삼아왔다. 니제르에 주둔한 미군은 약 800~1000명 규모다. 미군은 니제르 내 기지에서 테러단체 토벌용 무인기를 운영하며 니제르군을 훈련시켰다. 쿠데타 이후 미국은 축출된 바줌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쿠데타에 러시아가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크렘린궁은 바줌 대통령의 석방과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내놨다. 그러나 한편에선 러시아의 공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러시아의 친정권적 비평가들은 이번 사태를 러시아의 니제르 진출로 묘사하는 내용을 텔레그램에 게시했으며, 러시아 민간군사기업인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도 “바그너 그룹의 효율성이 입증됐다”며 자화자찬했다. 바그너 그룹은 아프리카에서 독재정권을 비호하는 대가로 광물 개발 등 이권을 챙기며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에 앞장서왔다.

최종적으로 군사 정권이 들어선다면 니제르가 프랑스와 미국이 아닌 러시아에 더 기울게 될지 주목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아프리카에서도 친서방과 친러시아 간 세력 경쟁이 심화한 상황에서, 니제르가 러시아에 유착하게 된다면 서방에는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BBC는 “니제르가 서방과의 관계를 유지할지 아니면 이웃국처럼 러시아의 영향력을 수용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군부 지도자들이 무엇이라 말할지 기다려 봐야 한다”고 전했다.

향후 니제르 사태는 다음달 초 첫 번째 분기점을 맞이할 가능성이 있다. 서아프리카 15개국이 참여하는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는 이날 니제르 쿠데타 세력에게 “일주일 내 헌정 질서를 회복하지 않을 경우 보복하겠다. 보복 수단에는 군대 동원도 포함된다”고 강수를 뒀다. ECOWAS는 과거 내전과 쿠데타에 개입한 사례가 있으나 군대를 동원한 적은 2017년 감비아가 마지막이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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