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전쟁이 러 영토로 돌아가고 있다”
서방, 확전 우려해 그간 우크라에 ‘선 지키기’ 요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이 “전쟁이 러시아 영토로 돌아가고 있다”며 자국을 침공한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격을 시사했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수도 모스크바 등 러시아 본토에 대한 산발적인 공격이 빈번해지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 본토 타격의 당위성을 직접 경고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야간 연설에서 “우크라이나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으며, 전쟁은 점차 러시아의 영토, 상징적 중심지, 군사기지로 되돌아가고 있다”면서 “이는 불가피하고 자연스러우며, 지극히 공정하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드론 공격이 이뤄진 지 불과 몇시간 만에 나왔다. 러시아 당국은 이날 모스크바의 경제 중심지인 ‘모스크바 시티’의 고층 건물 2동이 일부 파손되고, 브누코보 공항이 일시적으로 폐쇄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최근 모스크바를 겨냥한 드론 공격이 전쟁을 자신과 무관한 먼 얘기로 여겨온 러시아인들에게 충격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유리 이나트 공군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방송에 출연해 “이제 전쟁은 이를 걱정하지 않는 이들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러시아 당국은 (드론을) 전부 요격했다면서 이런 상황을 애써 못 본 척하지만, 실제로 타격이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조달 계획을 감독하는 미하일로 페드로 부총리 겸 디지털혁신부 장관은 “우크라이나의 대반격 과정에서 앞으로 더 많은 드론 공격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자국 내 영토 수복과 방어를 넘어 이처럼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격 당위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드문 일이다. 미국 등 서방 동맹국들은 그간 확전을 우려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면서도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지 말 것을 요구해왔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지난 5월 “우리는 러시아를 공격할 시간도, 능력도 없다”며 “우리는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지 않고 우리의 정당한 영토만 해방시킬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BBC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두고 “이는 러시아 본토 공격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아온 우크라이나 정부의 일반적인 대응보다 확실히 한 단계 높은 수준”이라며 “이는 직접적인 공격 시인과는 거리가 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크렘린에 압력을 가할 만큼 분명히 자신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자체 개발한 해상 드론을 CNN에 처음 공개하기도 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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