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고양이도 AI 확진… “도심 다른 지역도 발생 가능”

김명지 기자 2023. 7. 31.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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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새 고양이 AI 감염 사례 2건 보고
용산구 사례는 ‘집단 감염’ 의심
전세계 10개국서 포유류 AI 감염 보고
WHO “인간에 해로운 신종 변이 출현 가능성”
“침⋅재채기, 숨가쁨 심하면 직접 접촉 금지”
최근 일주일 사이 서울 용산구와 관악구 동물보호소 두 곳에서 고양이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감염돼 폐사한 사례가 잇따르면서 방역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사진은 천연기념물 뿔쇠오리 보호를 위한 마라도 길고양이 구조·반출 작업이 시작된 1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에서 한 고양이가 포획틀에서 먹이를 먹고 있다./뉴스1

최근 일주일 사이 서울 용산구와 관악구 동물보호소 두 곳에서 고양이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감염돼 폐사한 사례가 잇따랐다. 국내에서 고양이의 고병원성 AI 확진이 보고된 것은 지난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짧은 간격을 두고 고양이가 감염돼 사례하면서 방역당국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 서울 용산구 이어 관악구에서 확진

31일 농림축산식품부 질병관리청 환경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지난 25일 용산구의 한 동물보호소에서 폐사한 고양이 두 마리가 고병원성(H5N1형) AI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이날 관악구 소재 동물보호소에서 호흡기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한 마리가 폐사 후 ‘양성’ 판정받았다.

지난 25일 용산구 보호소 감염 사례에서 검사를 통해 확진된 것은 두 마리지만, 같은 기간 총 38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알려져 ‘집단 감염’이 의심된다. 관악구에서는 호흡기 증상으로 동물병원을 찾은 한 마리만 검사해 확진 판정을 받았고, 그밖에 감염된 동물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방역당국은 확진 사례가 추가로 보고되자 방역 조치를 강화해 서울시 전역(25개 시·군·구), 해당 장소 10㎞ 내 5개 시·군·구의 길고양이에 대해 조류 인플루엔자 감염실태를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또 고양이 번식장 등에 대한 예찰·검사도 실시할 계획이다. 검사 수 증가에 따라 추가 감염 사례는 더 나올 수 있다.

농식품부는 지자체 등을 통해 해당 장소 세척·소독, 출입 통제, 역학조사 등 긴급 방역을 실시했다. 환경부는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지역 인근의 철새서식지를 중심으로 텃새를 포함한 야생조류 감염 실태 조사를 시작했다.

일각에선 고양이를 통해 사람으로 AI가 전파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지만, 그럴 가능성은 작다는 것인 방역 당국 설명이다. 질병관리청은 고양이에 대한 접촉자 조사 결과 현재까지 확인된 접촉자 가운데 유증상자는 없다고 설명했다. H5N1형 AI가 조류에서 고양이를 거쳐 사람으로 전파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 폴란드에선 고양이 29마리 감염

질병청은 다만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접촉자를 대상으로 증상 발현 여부를 최대 잠복기인 10일간 관찰하기로 했다. 지난 2021년 말부터 포유류가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작년 이후 스페인, 미국 등 10개국에서 포유류의 조류 인플루엔자 감염 사례를 보고했다. 최근 폴란드에서는 앞서 각각 다른 지역에서 고양이가 감염된 사례가 29건 보고되기도 했다.

WHO는 지난 12일 입장문을 내고 “포유류에서 H5N1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사례가 급격히 늘고 있다”며 “이는 동물과 인간에게 더 해로울 수 있는 신종 AI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포유류 감염 사례가 잇따르면서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변이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사람 감염 사례가 많지 않았던 바이러스가 고양이까지 감염될 정도로 변이된 것이고, 바이러스가 증식할수록 변이는 계속 일어나 사람에 미칠 위험성이 커진다는 논리다.

올해 2월 캄보디아에서 11세 소녀가 H5N1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려 사망했다. 아버지도 바이러스 양성 반응을 보였는데, 캄보디아 당국은 집에서 키우던 닭과 오리를 통해 바이러스에 감염됐지 사람 간 전염은 아닐 것으로 추정했다.

나운성 전남대 수의과학대 바이러스학 교수는 YTN24 방송에서 “고양이 AI가 철새 도래지에서 먼 격인 서울에서도 발견되었다는 것은 다른 지역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철새가 오는 겨울에만 한정적으로 퍼졌던 조류독감이 이제 포유류를 통해서 상시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질병청은 “가정에서 고양이나 새를 키우는 경우에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될 가능성은 사실상 낮다”면서도 “이 경우에도 고양이 등이 많은 양의 침을 흘리고, 기침과 재채기, 숨 가쁨 및 신경학적 증상 등을 보인다면 마스크‧장갑 등 보호장비를 착용해 접촉하고 직접적인 접촉은 금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4시 30분쯤 “조류인플루엔자의 인체 감염 예방을 위해 동물의 사체 또는 분변을 만지지 말고, 손 씻기 등 개인 위생수칙을 준수해달라”고 안내 문자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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