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가사노동자?…“노동시간 조율로 부모가 돌볼 수 있게 해야”
“국내 도우미 처우 개선부터”
“저비용 노동·차등화 시발점”
전문가·시민들 우려 목소리
31일 오전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시민·전문가 9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외국인 가사노동자 시범사업 계획안 공청회’. 발제자로 나선 이상임 고용노동부 외국인력담당관이 올해 외국인 가사노동자 100여명을 도입하는 시범사업 계획을 설명하자, 노동·여성단체 활동가 15명이 조용히 종이로 만든 손팻말을 들었다. 이들은 ‘노예제 도입 중단’이라는 문구가 한 글자씩 적힌 손팻말을 나눠 들고 침묵하며 발제를 지켜봤다.
이날 노동부의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 시범사업’을 두고 열린 의견 수렴 공청회에서 반대·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국내 가사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이 먼저라는 의견, 직장인 부모가 아이를 돌볼 수 있도록 육아휴직·노동시간 제도 개선이 중요하다는 의견 등이 나왔다. 정부가 공청회 개최를 촉박하게 공지하며 ‘기습 강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노동부는 가사·돌봄인력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하다며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 인증기관이 이주노동자들을 채용하고 서울시는 1억5000만원을 들여 숙식·교통비를 지원한다.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했다.
최영미 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은 “가사·육아인력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제도를 도입한다고 하는데, 정부는 인력이 감소하는 이유를 생각해봤는지, 중년·고령 정주노동자를 이 시장으로 견인하기 위한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다”며 “가사서비스가 누구나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되도록 노동환경 개선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육아 당사자들도 제도 도입에 부정적이었다. 47개월 쌍둥이를 둔 김고은씨는 “이주노동자들이 한두 번 교육으로 한국 문화를 습득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고령화되는 사회에서 중년여성 일자리를 빼앗고 돌봄의 질이 저해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부모가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노동시간 등 제도 개선이 먼저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김씨는 “가장 좋은 건 내 아이를 내가 키울 수 있게 육아기 단축근무나 유연근무 확대”라며 “노동시간 조율이 가장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특히 이번 시범사업이 ‘외국인 가사도우미 최저임금 제외’의 초석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에는 월 100만원가량의 임금으로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의 법안이 계류돼 있다. 최 위원장은 “저비용 노동과 최저임금 적용 제외, 차등화의 시발점이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했다.
정부가 졸속으로 제도를 추진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날 공청회장에서 항의 팻말시위를 벌인 노동·여성단체들은 공청회 개최 전 기자회견을 열어 “여성노동자와 이주노동자의 차별에 눈감고 이주노동자를 ‘가사 노예’와 같은 처지로 내모는 시범사업을 규탄한다”며 “가사·돌봄노동을 외주화하지 말고 공적 책임으로 사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부는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적합한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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