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하고 맡길 수 있을까”…외국인 가사도우미 놓고 찬반 팽팽
고용노동부는 31일 로얄호텔서울에서 외국인 가사·육아 근로자 도입 시범사업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시범사업에 따라 연말부터 서울에서 필리핀 등 외국인 근로자 100여명이 가사·육아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들은 직장에 다니면서 아이를 키우는 20∼40대 맞벌이 부부와 한부모 가족, 임산부 등의 집에서 최소 6개월 일하게 된다.
외국인 근로자가 공식적으로 가사·육아 분야에서 일할 수 있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들은 고용허가제를 통해 비전문 취업비자(E-9)를 발급받아 국내로 들어온다.
고용허가제는 국내 인력을 구하지 못한 중소기업이 정부 허가를 받아 외국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2004년 도입한 제도다. 현행 농업·제조업·건설업·일부 서비스업 등에 한정해 E-9 비자를 발급하고 있다. 가사·육아 서비스는 ‘일부 서비스업’에 추가된다.
다만 외국인력은 가사·육아에 대한 경력과 지식은 물론, 한국어나 영어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정신질환자, 마약류 중독자, 범죄 이력이 있는 사람은 제외된다.
향후 외국인 가사·육아 인력 도입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노동부는 이번 시범사업 성과를 분석해 우리 사회에 가장 적합한 제도 운영 방안을 찾겠단 계획이다.
노동부는 다음달까지 서울에 거주하는 잠재 수요자를 대상으로 외국인 가사·육아 서비스 수요량, 선호하는 서비스 제공 형태와 출신 국가, 자격 요건, 지불의사 가격 등을 먼저 조사할 예정이다.
외국인 가사·육아 근로자 도입 검토는 육아 부담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한국인 가사 도우미 종사자는 감소하고 있어서다.
노동부 자료를 보면, 한국인 가사·육아도우미 취업자는 2019년 15만6000명에서 지난해 11만4000명으로 26.9% 감소했다. 그나마 남은 종사자 중 92.3%가 50대 이상자다.
이런 상황은 경력 단절과 저출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노동부 인식이다.
공청회 참가자 상당수는 이런 취지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사서비스 매칭 플랫폼업체인 홈스토리생활의 이봉재 부대표는 “맞벌이 가구와 1인 가구가 늘어나고 가사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데 종사자는 점점 줄고 종사자 평균 연령도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외국인력 추가 도입이 안 되면 서비스를 누가 어떻게 공급할까의 문제에 부딪힌다”라며 외국인 가사·육아 노동자 도입 가부보다는 도입 방법을 논의할 때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외국인 가사·육아 노동자를 들여오기보다는 한국인 종사자가 늘어날 수 있도록 근로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먼저라는 지적도 나왔다.
최영미 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은 “누가, 얼마나, 왜 외국인력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답이 없다”라며 “외국인력 도입이 가사·육아 서비스 전문성 확보나 직업에 대한 국민인식 개선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느냐”라고 물었다.
가사·육아 서비스 실수요자인 워킹맘과 워킹대디 사이에서도 외국인 가사·육아 노동자를 신뢰할 수 있을지, 가사·육아 서비스 질이 떨어지지는 않을지, 한국 중년여성 일자리가 줄어들진 않을지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컸다.
복직을 앞둔 워킹맘 강초미씨는 “5060대 육아도우미를 선호하는 이유는 2030대 부부가 가지지 못한 육아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이론만으로 아이를 잘 돌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세 살배기 쌍둥이를 키우는 워킹맘 김고은씨는 “(외국인 가사·육아 도우미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더라도 한국 중년여성 일자리를 뺏는 것은 아닐지 걱정된다”라며 “돌봄시장 퀄리티가 전반적으로 저하하지 않을까도 우려된다”라고 했다.
이어 “지원금을 투입한다면 부모나 친인척이 돌볼 때 지원금을 주는 것이 더 안심된다”라며 “가장 좋은 것은 내 아이를 내가 키울 수 있도록 단축근무를 활성화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공청회에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등이 ‘노예제 도입 중단’, ‘돌봄을 시장의 논리로 계산하지 말라!’ 등 손팻말을 들고 외국인 가사·육아 노동자 도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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