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경찰 수사종결권 대폭 축소 입법예고
법무부는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 개정안을 1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시행령 개정인 만큼 국회 심의 없이 국무총리와 대통령 재가만 거치면 개정안에 명시된 대로 올 11월 1일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경찰이 불송치하고 자체 종결한 사건에 대한 검사의 재수사 요청을 경찰이 이행하지 않을 경우 검사가 사건을 송치받아 수사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는 경찰이 전담하게 했지만, 개정안은 검사도 보완수사를 할 수 있게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민생사건 수사가 조금이라도 더 빨라지는지,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드릴 기회를 한 번이라도 더 보장해드릴 수 있는지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민주당의 한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회에서 법으로 정한 사법개혁의 역사적 성과물을 일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든 검찰의 쿠데타”라고 맹비난했다. 경찰에서도 “검찰 수사권만 강화하는 것”이란 비판이 나왔다.
법무부 “경찰 수사지연 개선될 것”…野 “시행령으로 법률 무력화”
● “약자 기본권 보장” vs “검찰 원하는 대로 수사”
이에 따라 개정안은 경찰이 불송치해 검찰이 재수사를 요청했을 때 경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검사가 사건을 송치받아 직접 마무리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의 수사종결권을 제한하고 검찰이 재수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 것이다.
또 신속한 수사를 위해 보완수사 요구는 검사가 한 달 안에 하도록 했고, 경찰은 보완수사 요구와 재수사 요청을 3개월 내 이행하도록 했다. 법무부는 수사지연 문제가 심각하다는 근거로 지난해 대한변호사협회 조사에서 변호사 3명 중 2명이 “수사권 조정 전보다 경찰 수사지연이 심각하다”고 답했다는 점을 들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검경 수사권 조정의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였고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면서 현실화됐다”며 “법무부가 이를 시행령으로 사실상 무력화 시킨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선 경찰들 사이에선 “검찰이 원하는 대로 수사하려는 것”이란 비판과 함께 “수사 업무 부담이 줄어들 것”이란 평가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서울경찰청에서 수사를 담당하는 한 경찰은 “(검찰 재수사 요청에 대한) 이행 여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며 “결국 검찰이 원하는 대로 수사하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반면 한 경찰 간부는 “경찰이 전담하던 보완수사 업무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개정안은 △공소시효 임박 사건 △대공·선거·노동·대형 참사·테러 △조직범죄 등을 검경이 협력할 ‘중요 사건’으로 분류하고 검경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사 사항과 증거 수집 대상에 대한 의견 요청에 서로 응하도록 했다.
또 경찰 일선 업무가 늘면서 고소·고발을 반려하는 경우가 늘었다는 지적을 감안해 경찰과 검찰의 고소·고발장 접수 의무를 명시했다.
● 민주당 “시행령 통치는 민주주의 부정”
민주당은 입법부가 심의를 거쳐 개정하고 시행한 법률안을 행정부가 시행령으로 무력화시키려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검수완박법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시행령 개정이란 것이다.
법무부는 지난해도 민주당이 검수완박법 통과로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를 부패와 경제 등 ‘2대 범죄’로 제한하자 이에 맞서 ‘부패’와 ‘경제’의 범위를 확대하며 직접 수사 범위를 늘린 바 있다. 이 때문에 올 11월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정국이 다시 급랭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완전히 ‘검찰 공화국’이 된 것”이라며 “시행령 개정에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실현되지 않도록 입법적 노력도 해 나가겠다”고 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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