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끝나니 무더위...쪽방촌 주민들 "숨쉬기도 힘들어"
[앵커]
장마가 지나가고 이제는 한여름 무더위가 찾아왔습니다.
장마철 습기가 미처 다 빠지기도 전에 열기가 차오르면서, 창문도 제대로 없는 쪽방촌 주민들의 고된 여름나기도 본격화됐습니다.
김태원 기자가 이들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폭염 특보가 내려진 날, 창문도 없는 쪽방에서 러닝셔츠만 입고 선풍기 바람에 몸을 맡깁니다.
찬물을 들이켜보지만 그때뿐, 밤낮없는 무더위에 며칠째 잠을 설쳐 피로도 쌓여갑니다.
[서울 돈의동 쪽방촌 주민 : 습기도 많고 환기도 안 되고 바람도 안 들어오니까…. '밑바닥에 돗자리 깔고 잘까' 지금 그것까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너무 더워서.]
이곳 건물엔 쪽방 주민 7세대가 모여 사는데요,
1층엔 에어컨을 둘 공간이 마땅치 않아 건물 2층에만 1대가 놓여 있는데, 아래까진 바람이 잘 내려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장맛비가 몰고 온 습기가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열기까지 더해지면서, 방에 들어서면 숨쉬기도 힘들 정도라고 주민들은 푸념합니다.
[서울 돈의동 쪽방촌 주민 : 여름엔 덥고 좀 숨이 찰 경우도 있어요. 일부러 내가 뗐어요, 저거를. 바람 (통하라고). 문 열어놨다가 저녁엔 닫으면 되고….]
다른 쪽방촌의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집 안보다 밖이 더 시원해서, 인근 공원 나무그늘에 삼삼오오 모여 더위를 피합니다.
[서울 동자동 쪽방촌 주민 : 진짜 웬만한 사람들 못 살아. 이 열이 한마디로 하면 샤워를 해도 금방 땀 흘려. 진짜 몸이 불편한 사람들한테 좀 (에어컨 설치)해줬으면 (좋겠습니다.)]
환기와 단열이 제대로 되지 않아 폭염에 특히 취약한 쪽방촌.
서울시도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물안개를 뿌려 열기를 앗아가는 '쿨링포그' 설비를 골목에 설치하고, 인근 목욕탕은 무료로 몸을 씻고 시원하게 잘 수 있는 밤 더위 대피소로 바꿨습니다.
또, 시내 쪽방촌 주민 2천4백여 명을 대상으로 에어컨 2백여 대도 새로 들여놓았습니다.
그러나 동자동 등 일부 쪽방촌에선 낡은 건물이 설비 무게를 버티지 못하거나 건물주가 동의하지 않아 에어컨 설치가 더뎌지는 등 한계도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불볕더위는 8월 내내 이어질 것으로 예보돼, 쪽방촌 주민들의 시름은 점점 깊어지고 있습니다.
YTN 김태원입니다.
촬영기자;박경태 김광현 심원보
YTN 김태원 (woni041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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