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유토피아’, 이 배우들의 연기 합을 볼 수 있는 영화관이 유토피아

2023. 7. 31.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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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는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이 주연을 맡고 엄태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언론배급시사회가 31일 송파구 롯데월드몰 롯데시네마에서 개최됐다. 이번 시사회에는 엄태화 감독을 비롯, 배우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김선영, 박지후, 김도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영화는 시작부터 온 세상을 집어삼킨 대지진으로 하루아침에 폐허가 된 서울을 보여준다. 오직 단 하나, ‘황궁아파트’만을 제외하고. 물도 나오지 않고 전기도 끊기고, 제대로 된 식량도 점차 떨어져 가며 사람들은 극도로 예민해지고 갈등도 빚게 된다. 

원래 황궁아파트에 입주해 살던 사람들은 ‘영탁(이병헌 분)’을 대표로 선출해 외부인들을 몰아내고, 아파트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나름대로 안정적인 삶을 꾸려나간다. 영화의 몰입도는 시간이 갈수록 엄청나다. 부부로 등장하는 ‘민성(박서준 분)’, ‘명화(박보영 분)’을 더불어 부녀회장으로 등장하는 김선영, 갑자기 등장해 극의 분위기를 전환하는 ‘혜원’ 역의 박지후, 외부인과도 더불어 살아가고 싶은 ‘도균’을 연기한 김도윤까지 모두 탄탄한 연기력을 자랑한다. 

원래도 이병헌의 연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지만, 이번 영화에선 정말 신들린 연기를 선보인다. 민낯에 꾀죄죄하고 파리한 얼굴로 등장하는 박보영 역시 ‘명화’를 연기하며 자꾸 박보영이 튀어나오는 것 같아 걱정됐다고 하지만, 오랜만에 등장하는 스크린에서 박보영의 진가를 마구 발휘한다.

이기적이지만 모성애만큼은 지극한 부녀회장 금애 역의 김선영 역시 착한 척하지만 이기적인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입주민들 사이의 갈등이 심해지고, 극 중간에 반전도 존재하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그야말로 ‘먹을 것 많은 소문난 잔치’였다. 

재난 영화 특유의 클리셰를 그대로 답습하기보단, 다소 신선한 부분도 많았고 인간의 여러 군상까지 보여주었기에 몰입하며 재미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Q. 한정된 무대 안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중점을 둔 부분이나 힘든 부분은 

엄태화 감독: 아무래도 한정된 예산에 스케일이 커 보여야 해서 노력했다. 좋게 봐달라. 

이병헌: 폭염 날씨에 한겨울 옷을 입고 찍어 힘들었다. 그리고 심리적으로는 어떤 작품이나 똑같다. 연기를 하며 등장인물에게 정신적으로 한 발짝 더 가까이 가려 노력했다. 

박서준: 더위가 많이 힘들었다. 이병헌 선배가 말했듯 연기를 잘하고자 하는 스트레스는 좋은 거니까 안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아파트 세트장을 정말 현실감 있게 준비해 줘 도움이 많이 됐던 현장이다. 

박보영: 나도 앞부분은 정말 동감하고, 개인적으로는 ‘명화’를 그리고 싶었으나 박보영이 튀어나와 그걸 잠재우느라 힘들었다. 감독님이 많이 도움을 주셔서 잘 끝낸 거 같다. 

김선영: 재밌게 찍었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박지후: 대지진이랑 강추위라는 재난 상황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는데, 선배님들과 감독님이 많이 이끌어줘 많은 걸 배운 현장이었다. 

김도윤: 다른 부분들이 너무 완벽하게 준비가 돼 있어서 ‘내가 준비가 됐나’라고 생각하게 되는 압박감이 힘들었다. 

Q. 기획 단계에서부터 예상하진 못했겠지만, 실제로 아파트 철근 문제 같은 게 생기면서 좀 더 영화에 관심이 집중되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엄태화 감독: 그런 부분까지 염두에 두고 기획한 건 정말 아니었다. 웹툰을 재밌게 봐서 거기서 시작이 됐고, 웹툰에서 가장 중요했던 소재가 아파트였다. 아파트를 이 영화에 잘 담기 위해서 한국의 문화적인 것들을 공부하다 보니, 지금의 현실과 연결되는 것들이 많았다. 빠르게 발전하다 보니 좋은 것도 있지만 단점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발생한 문제 중 하나가 이런 철근 문제인 거 같다. 이거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기 어렵긴 하다. 

이병헌: 딱히 드릴 말씀은 없고 지인들이 새로 나오는 영화 뭐냐고 물어보길래 영화를 설명했더니 ‘어느 시공사기에 거기만 살았냐’고 묻기에 한참 웃었다. 


Q. ‘아파트’가 한국 사회에서 갖고 있는 의미가 있는데 해외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엄태화 감독: 결국은 보편적인 인간의 감정에 대한 이야기다. 배경이나 이런 건 해외에서 보기에 생소할 수 있어도, 캐릭터들을 따라가다 보면 재미있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엔딩 크레딧에서 박지후는 ‘아파트’를 직접 가창했다. 준비 과정은 

박지후: 난 사실 엔딩 크레딧을 다 못 보고 나와서 노랠 못 들었다. 후시 녹음 때 엄태화 감독님이 먼저 제안을 했는데, 극 중에서 영탁이 부른 것과 다른 느낌으로 아련하게 불러달라 해서 최대한 분위기를 잡아 불러보았다. 

Q. 박서준-박보영은 부부로 호흡했다. 서로 변해가는 모습을 연기하며 보는데 어땠나 

박서준: 촬영을 하고 2년 만에 보게 돼 더 신선하더라. 촬영할 때 생각도 났다. 제 3자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니 ‘참 짠하다’란 생각도 들고, ‘아쉽다’는 생각도 든다. 더 예쁜 모습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웃음). 아쉬움과 짠함 모두 있다. 

박보영: 나도 비슷하다. ‘꽁냥꽁냥’을 많이 보고 싶은 분들에겐 아쉬울 수 있지만 현실적인 부부의 모습을 보여드린 것에 만족하고 싶다. 기회가 되면 또 나중에 로맨틱한 작품으로 호흡 맞추면 좋겠다.

엄태화 감독: 극 중 민성이가 운영하는 콘셉트의 인스타그램을 만들었으니 ‘꽁냥꽁냥’한 모습 보고 싶다면 인스타그램 봐달라(웃음). 

Q. 엄태화 감독은 시사회 특별 편지를 직접 작성했는데 어떤 마음으로 작성했나 

엄태화 감독: 영화를 더 재밌게 보려면 이 인물들의 생존에 관련된 부분들을 모르는 상태에서 봐야 재밌게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편지에 그 내용을 언급해 봤다(웃음). 


Q. 실제 그런 상황에 있다면, 외부인들을 아파트로 받아줄 것인가 내칠 것인가 

이병헌: 정말 어렵다. 영화에서도 반대 의견임에도 다수결로 결정했기에 어쩔 수 없이 따르는 모습이 나온다. 나중에 벌어질 문제들은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나라면 일단 받아주자는 쪽으로 갈 것 같다. 

박서준: 나는 우선 외부인 전에 가족을 먼저 생각할 것 같다. 그렇지만 나도 받아주자고 할 거다. 투표하는 장면에서 나는 어떤 돌을 넣는지 보여주지 않고 표정만 나온다. 감독님과 ‘민성이는 어떤 색깔의 돌을 넣었을까’ 하며 얘기했다. 그때도 ‘민성이가 아닌 진짜 나라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박보영: 받아줘야 한다. 나중 일은 그때 닥치면 새로운 해결 방안을 찾자고 생각하는 편이다. 

김선영: 영화 보기 전에는 100% 받아들이잔 의견이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이게 참 쉽지 않은 문제란 생각이 든다. 갈등이 된다. 가치관을 정립하지 못했다(웃음). 

박지후: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받아준다.

김도윤: 나 혼자 남았을 때, 그리고 가족이 있을 때 선택지가 달라질 것 같다. 정말 잘 모르겠다. 

Q. 제목에 대한 고민도 많았을 것 같다. 누가 봐도 디스토피아인데 콘크리트 유토피아라고 지은 이유 

엄태화 감독: 일단 내가 ‘아파트’라는 소재를 처음 가져왔을 때, 한국 사회에서 아파트가 어떤 맥락을 가지고 있는지 공부하다가 박해천 선생님의 ‘콘크리트 유토피아’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그 제목을 가제로 붙였다. 어쨌든 ‘콘크리트’는 아파트를 상징하고, ‘유토피아’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이다. 두 가지를 붙인 게 재밌었고 더 이상 좋은 제목이 없을 것 같았다. 


Q. 주요 촬영지는 어딘지 

엄태화 감독: 연천의 공터를 찾아가 거기에 아파트 세트장을 지었다. 거기에 소를 키우는 곳이 있어서 소가 자꾸 울어 촬영 때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웃음). 

Q. 엔딩에서 기존의 영화 러닝타임 내내 보여주었던 집단과 다른 의미의 다른 집단이 나오며 엔딩을 한다. 의미는 

엄태화 감독: 너무 대안적인 장소처럼 보이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생각지도 못한 유토피아라기 보다는 아파트와 조금 다른 부분이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명화와 잘 연결되길 바랐다. 명화는 상상력이 풍부한 인물이라 생각했다. ‘같이 살아갈 방법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질문을 던지는 인물이기도 하다. 답을 내리진 못하더라도 그런 고민을 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Q. 아파트 바깥 풍경이 인상적이다. 혹시 레퍼런스가 있다면 

엄태화 감독: 일단 시작 전에 피카소의 ‘게르니카’라는 그림을 공유하고, 이런 톤으로 제작할 것이라고 만들었다. 

Q. 원작을 본 팬들이라면 당연히 ‘김 씨’와 ‘김영탁’의 관계에 의문을 많이 가질 것이다. 영화를 보니 원작과 많이 다른데 각색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은 

엄태화 감독: 인물들이 변해가는 과정을 웹툰에서는 볼 수 없다. 각색을 하며 그 부분이 궁금했고, 어떻게 보면 ‘김영탁’이라는 캐릭터가 조금 스트레이트 하게 빌런처럼 보이는 느낌을 주는 쪽을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병헌 배우를 만나면서 좀 더 입체적으로 되는데, 이게 더 영화의 재미를 더하지 않았나 싶다. 

Q. 이 영화를 통해 주고 싶은 주제 의식 

엄태화 감독: 제목에서도 주제 의식이 강할 수밖에 없는 소재다. 그렇지만 만드는 내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주제에 매몰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여기 나오는 인물들의 선택, 배우들의 새로운 얼굴들을 보다 보면 무더위를 잊을 거라 생각한다(웃음). 


Q. 작품이 일련의 상황으로 인해 아파트에 고립되고 그 안에서 다양한 인간의 군상을 보여준다. 드라마 ‘해피니스’가 많이 떠오르기도 한다. 다소 늘어질 수 있는 설정인데 이 안에서 어떤 점에 초점을 두고 차별화된 점은

엄태화 감독: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게 현실성이었다. 오늘 저녁에 집에 들어갔을 때 이런 재난이 벌어지면 한국에 어떤 일이 생길까 생각했다. 무조건 리얼함이 먼저였고 여기서 오는 블랙 코미디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런 부분들을 가장 잘 살려보려고 했던 것 같다. 이런 게 차별점이라 생각한다. SF나 판타지가 아닌, 정말 현실적인 이야기다. 

이병헌: 이 영화 시나리오를 처음 보고 굉장히 매력적으로 생각이 됐던 것은, 나오는 캐릭터 하나하나가 극단적으로 선이거나 악이 있는 게 아니라 정말 상식적인 선 안에서 선과 악이 다 존재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점이었다. 정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이기심이었다. 적정 선에서 조금씩 달랐다. 그래서 영화가 굉장히 현실적인 느낌을 받았고, 그런 인간들이 모여 서로 극단적인 상황을 맞이했을 때 보이는 인간성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있을 것 같았다. 

박서준: 비슷한 장르, 작품이 있지만 이걸 풀어나가는 과정에 따라 색깔이 많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이 시나리오가 너무 빠르게 읽히고 재밌었다. 촬영을 하며 가장 크게 느낀 건 영화를 보고 나서 관객들끼리 토론을 하면 재밌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영화 보고 나서 토론하는 거 좋아한다(웃음). 그런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는 영화란 생각이 들어 다른 매력이라 생각한다. 

배우들의 기깔 나는 연기 합은 물론 몰입도 높은 스토리까지.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긴장도 되고, 떨리기도 해 더위를 잊게 되는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8월 9일,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글 임재호 기자 mirage0613@bntnews.co.kr
사진 김치윤 기자 cyk78@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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