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의 딸 부티에, 프랑스에 첫 ‘에비앙’ 안기다
첫 메이저 타이틀로 LPGA 4승째
태국계 이민 2세…7세 때부터 골프
“어린 시절 가져왔던 큰 꿈 이뤘다”
“셀린! 셀린! 셀린!”
셀린 부티에(30·프랑스)가 알프스 하늘을 수놓으며 내려온 여성 패러글라이더에게서 프랑스 국기를 건네받아 어깨에 휘감자 수많은 홈팬들은 박수와 함께 그의 이름을 힘차게 연호했다. 1994년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대회로 출범해 2013년부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가 공동주관하는 메이저대회로 격상된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총상금 650만달러)에서 첫 자국 챔피언이 탄생했다는 사실에 프랑스인들은 감격했다.
태국계 프랑스 이민자 2세인 부티에가 LPGA 투어 시즌 4번째 메이저대회를 제패하고 프랑스 여자골프의 자존심을 세웠다. 부티에는 31일 프랑스 에비앙 레 뱅의 에비앙 리조트GC(파71·6523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1개로 3타를 줄이고 합계 14언더파 270타를 기록, 대회 2연패를 노리던 브룩 헨더슨(8언더파 276타·캐나다)을 6타 차로 제치고 트로피와 상금 100만달러(약 12억7500만원)를 차지했다.
3타 차 선두로 출발한 최종라운드에서 한 번도 경쟁자들에게 4타 차 이내 접근을 허용하지 않고 완승을 거둔 부티에는 “어린 시절 TV로 골프대회를 처음 본 이후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은 가장 큰 꿈이었다”며 “열성적인 응원을 보내준 가족과 홈팬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태국에서 프랑스로 건너간 부모에게서 1997년 파리 외곽의 작은 도시 칼마르에서 태어난 부티에는 7세 때부터 골프를 시작했고, 주니어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미국 듀크대 유학을 거쳐 2017년 LPGA 투어에 데뷔한 부티에는 2019년 ISPS 한다 빅 오픈(호주)에서 첫 우승을 거둔 이후 2021년 숍라이트 클래식, 2023 드라이브온 챔피언십(3월) 우승을 더해 LPGA 투어 프랑스인 최다승자가 됐고, 이번에 4번째 우승을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로 장식했다. 1967년 US여자오픈에서 아마추어로 우승한 카트린 라코스테, 2003년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현 셰브론 챔피언십)을 제패한 파트리샤 므니에 르부 다음으로 3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조국에 안긴 부티에는 “나의 우승이 프랑스 골프계 전체에 좋은 영감을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지난 30년간 다른 나라 선수들의 국기를 휘날리며 축하해줘야 했던 프랑스인들의 아쉬움을 처음 씻어낸 주인공이 이민자 2세라는 점도 특별했다. 부티에는 2020 도쿄 올림픽(공동 34위) 당시 많은 프로선수들이 이기심으로 참가하길 꺼릴 때 “배를 타고 간다고 할지라도 국가를 대표해 출전하겠다”고 밝혀 프랑스인들을 감동시켰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수능문제 속 링크 들어가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
- ‘거제 교제폭력 사망’ 가해자 징역 12년…유족 “감옥 갔다 와도 30대, 우리 딸은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