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릿 콜 상대로 홈런 쳤던 그 DNA가 깨어난다… ‘본능대로’는 하재훈의 방식이다

김태우 기자 2023. 7. 3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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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 말리는 허슬플레이로 팬들의 사랑과 걱정을 동시에 받고 있는 하재훈 ⓒSSG랜더스
▲ 하재훈은 두 차례 부상을 딛고 다시 일어서 좋은 활약을 하고 있다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요새 SSG 팬들은 한 선수의 몸을 날리는 플레이에 깜짝 놀라며 안도의 한숨을 쉬곤 한다. 허슬 플레이를 싫어하는 팬들이 있을까 싶지만, 이 선수만은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SSG 팬들의 바람이다. 하재훈(33‧SSG)은 그런 ‘대접’을 받는 선수다.

부상과 연관이 있다. 잘 나간다 싶으면 부상이 발목을 잡았는데 모두 허슬 플레이에서 비롯된 부상이었다. 시즌 전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는 수비 도중 몸을 날리다가 어깨를 다쳐 오랜 기간 재활했다. 어깨 부상 복귀 후에는 6월 11일 NC전에서 도루를 하며 또 몸을 날리다 손가락이 부러져 다시 재활군에 갔다. 몸을 던지는 하재훈의 모습에 팬들이 기겁하는 건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사실 하재훈은 지금도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조심해야 하거나, 혹은 하지 말아야 할 선수다. 김원형 SSG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도 조심하라고 항상 강조한다. 김 감독도 “슬라이딩을 왜 하나, 하지 말라고 해도…”라면서 “과감하게 할 때와 하지 말아야 할 때, 그것은 아직까지는 구분할 수 있는 게 안 되는 것 같다”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이유는 주로 어깨 부상 전력 때문이다. 어깨가 골절됐을 때 의료진은 운동을 허가하면서 “당분간은 절대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아직은 부상 재발 위험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하재훈도 이를 잘 안다. 그런데 본능을 이겨내지 못한다며 머리를 긁적인다.

하재훈은 “(수비나 주루에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한 다음에는 항상 나도 ‘왜 그랬을까’ 라고 후회를 한다”고 멋쩍게 웃으면서도 몸이 반응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창 젊었을 때보다 발이 느려지고 차고 나가는 힘이 약해지면서 옛날만 못하다”고 씁쓸하게 이야기했다. 예전 같았으면 충분히 잡거나 여유 있게 베이스에 들어갈 타이밍인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니 마음이 급해지고 본능적으로 몸을 날린다는 이야기다.

▲ 하재훈 ⓒSSG랜더스
▲ 하재훈 ⓒSSG랜더스

그러나 하재훈의 야구는 항상 이성보다는 열정을 우선하는 본능의 야구였다. 팀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자신의 야구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몸을 날리거나 부상을 두려워하지 않는 야구를 해왔다. 이는 선수 경력에서 숱한 부상으로 이어졌지만, 역설적으로 하재훈의 야구를 지배하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2019년 리그에 데뷔해 깜짝 구원왕(36세이브)을 기록하는 등 자신의 야구 재능을 유감없이 뽐낸 하재훈은 이후 어깨 부상 및 통증으로 고전했다. 결국 지난해 시즌을 앞두고 야수로 전향했다. 야구 경력의 마지막 승부처였다. 지난해 1년간 다시 타자의 몸을 만든 하재훈은 올 시즌을 앞두고 ‘가장 성장한 야수’로 뽑혀 코칭스태프와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모았다.

혹독한 일정을 이겨낸 결과였다. 하재훈은 지난해 1군 선수 중 훈련 시작이 가장 빠른 선수 중 하나였다. 훈련을 일찍 시작하기로 유명한 추신수(41)가 그라운드에 나와 땀을 흘릴 때, 곁에서 묵묵하게 방망이를 돌리곤 했다. 지난해 1군 출장이 많지는 않았지만 체력 소모가 적지 않았던 이유다. 그럼에도 시즌 뒤 곧바로 호주 질롱코리아에 합류해 미니시즌을 소화했다.

평소에 생기지도 않던 피부병이 생기는 등 체력과 면역이 저하될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하재훈은 내심 즐거운 것도 있었다. 사실 야수 쪽에 더 자신이 있었다. KBO리그에 원서를 내기 위해 트라이아웃을 할 당시에도 하재훈은 빠른 발과 강력한 파워, 그리고 강한 어깨를 선보였다. 팀 사정상 투수로 뛰기는 했으나 마음 한켠에는 야수에 대한 욕심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어깨 부상으로 본의 아니게 그 기회를 다시 잡게 됐으니 의욕이 넘치는 건 당연하다.

사실 하재훈을 트리플A까지 보낸 건 야수로서의 능력이었다. 2012년 퓨처스 올스타 게임에서 지금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투수가 된 게릿 콜(뉴욕 양키스)을 상대로 우월 투런포를 때려냈던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있다. 비록 메이저리그 진입을 이뤄내지는 못했지만 어쩌면 눈치 보지 않고 방망이를 마음껏 휘두를 수 있는 지금이 가장 행복한 시기일 수도 있다.

▲ 하재훈 ⓒSSG랜더스

그 DNA를 깨우기 위해 비시즌 동안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부상으로 깨어나다 다시 잠드는 것을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깨어난 세포들이 상당 부분 살아있었다. 하재훈은 31일 현재 시즌 21경기에서 타율 0.328, 3홈런, 9타점, 4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966의 호성적을 기록 중이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겸손해하는 하재훈이고 표본이 많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이제 다시 타자로 전향한 지 1년 조금 넘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재능은 재능’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담장을 넘길 수 있는 펀치력은 지난해 증명했다. 올해는 조금 더 정교한 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지난해는 높은 확률로 삼진이었던 2S 이후 대처 능력도 향상됐다. 도루 성공률도 좋고, 중견수 수비까지 소화하는 등 점차 그때 그 시절의 하재훈으로 돌아가고 있다.

“부족하다”며 그 힘들었던 준비 과정에서도 아쉬움을 찾는 하재훈이지만, “그래도 공‧수‧주 모두에서 지난해보다는 낫다”고 살며시 미소 지었다. 30대 중반의 선수에게, ‘올해보다 내년이 더 나을 것’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선수는 실로 오래간만이다. 하재훈은 그래서 더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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