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직장 내 시비’ 피살 사건, 7개월째 ‘산재 승인’ 지지부진
광주광역시 광산구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노동자 정상훈씨(46)는 지난 1월13일 새벽 20대 직장 동료 A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사망했다. 세 아이의 아빠인 그가 사망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근로복지공단의 산업재해 보상보험(산재) 승인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광산구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3월 정씨 유가족이 신청한 산재 처리를 현재까지 검토 중이다. 업무상 사고의 경우 빠르면 3~4주 내 처리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31일 경향신문과 통화하며 “정씨의 죽음과 업무 연관성 등을 파악하느라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 측도 ‘정씨의 사망이 업무상 사고에 해당하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근무시간 중 발생한 사건인 만큼 산재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김수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 사무차장은 “직장 내에서 일어난 일인 데다 직장 상사에게 보고가 됐음에도 사고를 피할 수 없었던 만큼 산재로 인정돼야 한다”고 했다.
산재보상법 제37조에는 노동자가 업무를 하던 중 사고가 발생하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다고 돼 있다. 여기엔 관리자의 지배 관리하에 발생한 사고나 시설물 등의 관리 소홀로 발생한 사고도 포함한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산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A씨의 판결문을 보면 갈등은 범행 직전 관리자에게 보고됐다. 당시 A씨는 휴게실에서 정씨에게 “왜 코를 심하게 골아 휴식을 방해하느냐”고 쏘아붙였고 시비가 붙었다. 이 문제는 관리자에게 바로 보고됐으며 정씨와 A씨는 각각 다른 관리 직원과 면담했다. A씨는 면담 직후 범행을 저질렀다.
유사한 사례를 산재로 인정한 판례도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2017년 2월 한 공사현장 관리자가 해임된 일용직 노동자에게 살해된 사건과 관련해 ‘업무와의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같은 해 4월 대법원은 야식비 문제로 동료를 살해한 사건을 ‘직장 내 인과관계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선고했다.
산재 처리가 길어지면서 유족들은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정씨의 아내 B씨의 바람은 남편의 사망이 하루빨리 산재로 인정받고 남편을 살해한 A씨가 엄벌을 받는 것이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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