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했지만 고립은 싫은 ‘나홀로족’ 모여라
영화 감상·요리수업·동아리 등 각종 공동체 프로그램 운영
“혼자 살면서도 남들과 교류하고 싶을 땐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입니다.”
지난 26일 경기 성남시 중원구의 1인 가구 지원센터인 ‘힐링 스페이스’에서 만난 한난영 성남시 1인가구지원센터장은 공간 특징을 이같이 말했다.
힐링 스페이스는 늘어나는 1인 가구를 지원하기 위해 성남시가 지난 18일 연 곳이다. 슬로건은 ‘혼자서 행복하고 함께 즐거운 성남’으로, 공간 곳곳을 혼자 살면서도 공동체성을 느끼고 싶어 하는 1인 가구 특성을 고려해 배치했다.
우선 혼자만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한쪽에 영화감상·독서 공간을 마련했다. 남들과 떨어져 따로 개인적인 업무를 볼 수 있는 1인용 자리도 배치돼 있다. 1인 가구가 자체적으로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동아리실과 세미나실도 갖췄다. 공유부엌은 자신만의 요리를 하거나 함께 만든 음식을 다른 이들과 나눠 먹을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방문객들이 공동체성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선 매일 세 차례 정해진 시간에 영화를 상영한다. 매주 화요일에는 공유부엌에서 요리수업도 진행한다. 1인 가구 동아리를 위해 공간을 대여하고 동아리 활동비도 지원한다.
성남 지역에서 웰다잉(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가치·품위를 지키며 삶을 마무리하는 것) 동아리 활동을 해온 유호정씨(62)는 최근 힐링 스페이스에서 동아리 모임을 열었다. 유씨는 “카페 같은 곳에서는 (시끄럽고 외부에 공개된 장소라) 강사님을 모시기 힘들었다”면서 “힐링 스페이스 같은 공간이 더 많아지면 1인 가구 동아리 활동이 더 활발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힐링 스페이스는 성남에 거주하거나 지역 내 직장을 다니는 24~64세 1인 가구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운영 시간은 평일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9시30분까지다. 이용료는 따로 받지 않고 있으며 동아리실 등은 별도 신청하면 쓸 수 있다.
성남시가 힐링 스페이스를 연 것은 1인 가구가 가파르게 늘고 있어서다. 2015년만 해도 9만6000여가구였던 지역 내 1인 가구는 2021년 기준 12만2000여명까지 증가했다. 이는 성남시 전체 가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1인 가구가 급증하며 고독사와 고립 등 사회문제도 함께 불거졌다.
힐링 스페이스 개소와 함께 성남시는 동아리 및 공유부엌 지원, 병원 동행 서비스 등 다양한 1인 가구 정책을 펼치고 있다. 향후 운영 성과에 따라 현재 모란역에 위치한 힐링 스페이스를 1인 가구 총괄 지원센터로 하고, 분당과 수정 지역에 거점 지원센터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힐링 스페이스와 비슷한 시설은 25개 기초자치단체가 전국 곳곳에 두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운영하는 곳은 성남이 유일하다.
성남시 관계자는 “힐링 스페이스는 1인 가구가 고립되지 않고 관계망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다양한 1인 가구 지원책과 힐링 스페이스를 연계해 1인 가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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