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복’? 법무부, 수사 준칙 개정…경찰 수사종결권 축소 추진

2023. 7. 31.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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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전남 무안군 전남도청에서 열린 법무부-전남도 외국인·이민제도 정책 소통 간담회에서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문재인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후 경찰이 사실상 전담하던 보완수사·재수사를 검찰에서도 일부 할 수 있도록 법무부가 시행령 개정에 돌입한다.

경찰 송치사건의 보완수사에 대한 경찰 전담 원칙이 폐지되는 셈이다. 불송치 사건에 대한 재수사의 경우 검찰이 사건을 송치받을 수 있는 요건이 넓어지게 된다.

법무부는 31일 검찰의 보완 수사 참여와 송치 요구 권한 등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 준칙에 관한 규정’(수사준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입법예고 기간은 내달 1일부터 9월 11일까지다.

전임 정부의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에 부여됐던 1차적 수사종결권이 그만큼 축소되고 검찰의 수사 권한은 확대되는 셈이기 때문에 이를 두고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에는 보완수사를 경찰이 전담하도록 하는 원칙을 폐지하고 검·경이 개별 사건의 특성에 따라 분담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검찰의 사건 수리 후 1개월이 지난 사건, 송치 이후 검찰이 피의자 등에 대해 이미 상당한 수사가 이뤄진 경우 등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검찰이 보완수사를 하도록 규정돼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

개정안은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검사의 재수사 요청이 이행되지 않았을 때, 일정한 경우에는 검사가 사건을 송치받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했다.

검찰은 불송치 결정에 대해 재수사를 요청할 권한이 있지만 횟수가 한 차례에 그쳐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대한 보완책인 송치 요구는 재수사 사건에 법리 위반, 명백한 채증법칙 위반, 시효·소추요건 판단 오류가 있는 경우에만 그동안 가능했었다.

개정안은 혐의 유무를 명백히 밝히기 위한 재수사요청 사항이 이행되지 않은 경우 또한 송치요구 요건에 포함시켰다. 또 경찰의 고소·고발 반려 제도를 폐지해 수사기관이 고소·고발장을 의무적으로 접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법무부 [헤럴드경제DB]

개정된 시행령은 수사기한의 경우 검사가 경찰에 보완 수사 요구를 할 경우 원칙적으로 1개월 이내에 하도록 시한을 두고 경찰은 보완 수사 요구·재수사 요청을 3개월 이내에 이행하도록 했다.

개정안에는 검경 일방이 요청하거나 공소시효가 3개월로 짧게 적용되는 선거 사건의 경우 상호 협의를 의무화해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송치 전 의견 제시·교환 대상인 중요사건의 유형에 조직범죄·대공·정당·정치자금·노동·집단행동 관련 사건을 추가로 명시하고 협의 대상으로 예시된 항목에 범죄수익 환수 조치도 더해졌다.

개정안은 이외에도 ▷영장 사본 교부 절차규정 정비 ▷검·경간 이송 대상 보완 ▷검찰청법과 모순된 이송 강제 규정 삭제 ▷법원에 대한 피의자 석방 통지 관련 절차 보완 등의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이 같은 개정안의 내용들은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된 검경 수사권 조정인 이른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으로 축소된 검찰의 수사 권한을 현 정부 들어 어느 정도 복원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보인다.

2021년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경찰에 1차적 수사종결권을 주면서 검찰에는 특정 사건에 대해서만 직접 수사 권한을 가져 왔다.

2022년 시행된 검수완박법에 따라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 사건을 6대 범죄에서 2대 범죄로 축소된 바 있다. 이에 검수완박법의 입법 과정에서 고발인 이의신청권 폐지 등 ‘독소조항’이 일기도 했다.

이에 법무부는 현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으로 불리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일부 확대해 왔다. 이번 수사준칙 개정 또한 검찰이 보완수사·재수사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 확대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개정안 추진 배경에 대해 “수사권 조정에 따른 수사 지연과 부실 수사 등 부작용과 검수완박법의 고발인 이의신청권 폐지 등에 따른 국민 보호 공백을 현행 법률의 틀 안에서 개선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근본적으로는 검수완박법 등 잘못된 법률이 개정돼야 하지만, 잘못된 법률 탓만 하면서 국민의 피해를 방치할 수는 없다”면서 개정 필요성도 언급했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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