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가는’ 이화영 재판…“檢과 거래” vs “거론 가치 없어”
檢 “거론할 가치 없어…강요 일절 없어”
이화영 부인 “형량 낮추기 회유” 주장
김성태 ‘봐주기 수사’ 의혹도 논란 키워
‘뇌물 수수’와 ‘대북송금 연루’ 의혹 등으로 재판을 받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재판이 산으로 가고 있다. 이 전 부지사의 부인이 남편과 검찰 간에 일종의 ‘딜’(deal·거래)이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검찰은 “거론할 가치조차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의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공무원 직무와 관련해 수수한 금품 합계 2억5930만원은 뇌물수수로, 개인의 정치활동과 관련해 수수한 금품 합계 3억3530만원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각각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전 부지사의 부인 A씨는 한 언론을 통해 이날 세 번째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친필로 작성한 입장문에서 “더 늦기 전에 이화영, 검찰의 딜이 있었음을 밝힌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이화영이 공무원 시절에 부주의하게 쓴 법카(법인카드)를 약점 잡아서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이 이화영에게 유리한 진술을 해 형량을 낮추고 구속만기인 10월에 불구속 상태로 나오게 해주겠다는 등 지속적인 회유와 협박을 하고 있다”며 “그 딜의 대가로 민주당 이재명 대표 대북·대납 사건을 거짓 진술하라는 딜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자신이 나서 해임하려 한 법무법인 해광 측 변호사들에 대해선 “그걸 변호사가 받아 마치 이화영의 뜻이라고 했던 것”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본인(이화영)은 이 딜을 정말로 믿나 보다. 저번 누님들과 아주버님이 면회하러 갔을 때 ‘추석에 나올지도 모른다’는 말까지 했다”며 ”이 달콤한 유혹 때문에 검찰에게 끌려왔던 것”이라고 적었다.
A씨는 지난 18일 이 전 부지사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 방북 추진을 쌍방울에 요청했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했다는 사실이 법정에서 밝혀지자 이날까지 세 차례에 걸쳐 탄원서 또는 입장문을 내고 “남편이 거짓 진술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쌍방울그룹의 대북 송금 의혹은 김 전 회장이 2019년 경기도를 대신해 북한의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와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를 북측 인사에 건넸다는 내용이다.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와 상의해 대북송금을 추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전 부지사는 의혹이 제기된 직후부터 줄곧 경기도와 쌍방울과의 연관성을 부인했으나, 최근 검찰 조사에서 일부 입장을 바꿔 “쌍방울에 방북을 한번 추진해달라는 말을 했다”, “당시 도지사였던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을 바꿨다.
법조계에선 법정 ‘부부싸움’으로 번진 이 전 부지사 재판과 관련, 이 전 부지사 측이 ‘형량 줄이기’ 전략을 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른바 국정원 문건과 투자자 회의록 공개 등으로 중형이 예상되자 선회했다는 추정이다.
이 전 부지사는 애초 재판을 대리하는 변호인(법무법인 해광)과 검찰 조사에 입회하는 변호인을 분리했는데, 그가 일부 진술을 바꾼 지난 달 중순을 기점으로 해광 측이 검찰 조사까지 입회하기 시작했다. 이는 이 전 부지사가 고수해 온 ‘전면 부인’ 전략을 포기했다는 분석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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