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가뭄·공사비 폭등' 방관한 정부 … 공공분양도 상반기 1곳뿐

연규욱 기자(Qyon@mk.co.kr) 2023. 7. 3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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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누일 집, 저 중에 있을까 지난달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이승환 기자

인허가, 착공, 분양 등 주택 공급의 선행지표들이 죄다 멈춰 서며 주택공급 대란 우려를 확산시키자 전문가들은 정부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민간 분양시장이 침체돼 있을수록 공공이 나서 주택 공급의 활로를 뚫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르면 내년에 입주 물량 부족으로 임대차 시장이 요동칠 가능성도 제기되는 만큼 적극적인 공공분양과 신규택지 발굴을 주문하고 나섰다. 31일 국토교통부 주택통계 발표 결과 주택 착공 등 공급 선행지표들이 작년 대비 반 토막 나자 전문가들은 "민간이 어려울 땐 공공이 나서 수급 불균형을 해소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공공분양 확대와 신규택지 확보를 통한 정부의 공급 시그널이 필요한 시기라고 제언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공공분양 역시 올해 역대 최저 수준의 공급량이 예정돼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올 상반기 분양된 공공분양 아파트(사전청약 제외)는 화성태안3지구 B-3블록(688가구) 단 한 곳뿐이었다. 그나마 하반기엔 9개 단지 4257가구가 예정돼 있으나, 약 2만가구를 분양했던 지난해와 비교해선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신규택지 역시 작년 8월 공급대책 발표 당시 15만가구 규모를 올해(2023년) 안에 발표할 것이라고 했으나,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달 초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목표 달성 시기를 올해에서 내년 상반기로 늦추기도 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8월 윤석열 정부 첫 공급대책인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8·16 공급대책)을 발표하면서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총 270만가구(인허가 기준)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올 들어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누적 인허가 물량은 18만9213가구에 불과하다. 연평균 54만가구, 반기당 27만가구씩 공급돼야 달성할 수 있는 목표지만, 목표 달성률이 70%밖에 되지 않는 셈이다.

건설업계는 경기 침체에 따른 분양시장 침체는 시장의 몫이라 하더라도 급등한 공사비 해결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표준건축비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표준건축비란 정부가 건축비의 기준을 정하기 위해 표준으로 삼는 건축비를 말한다. 주로 공공분양 등 공공 발주 공사에 적용되는데, 민간에서도 이를 기준으로 놓고 공사비를 협의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재건축·재개발 조합 등과 도급공사비를 협의할 때도 표준건축비를 놓고 협상을 시작한다"며 "표준건축비가 현실화해야 민간 건설사들이 공급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공사비 갈등은 공공부문에도 나타나고 있다. GS건설과 계룡건설산업이 LH와 함께 민간참여 공공주택 건설사업으로 건설한 위례신도시 A2-6블록(공공임대)은 공사가 끝나 지난 3월 입주가 시작됐으나, LH와 공사비 증액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시공사 측이 계약 당시보다 공사비가 20% 올라 268억원의 적자를 본다며 공사비 인상을 요구했으나 LH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급등한 공사비와 관련해 LH 등 공공기관에서 공사비 등의 물가 상승분 반영에 대한 협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안전관리 비용, 지방 교육청들의 과도한 기부채납 요구 등도 여전히 주택 공급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공급발 인플레이션,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가 급격히 늘고 있는데, 이 같은 부수적인 비용들마저 고스란히 시공사의 전적인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2~3년 내 공급대란이 올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서울은 2025년 이후 입주할 수 있는 대단지가 거의 없다"며 "3기 신도시 역시 2030년은 돼야 입주가 가능하다고 보면 수도권엔 커다란 공급 공백기가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택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당장 내년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장 내년부터 입주 물량이 급감하기 때문이다. 수요 대비 공급이 특히 부족한 서울은 내년 입주 물량이 역대 최저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4094가구로 올해(2만6471가구)보다 47% 급감할 예정이다.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0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향후 2~3년이 아닌 당장 내년이 문제"라며 "입주 물량 감소로 임대차시장 불안이 매매시장을 요동치게 만드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대응에 나서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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