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21세기 ‘빅 브러더’ 머스크
동서고금 역사에서 최고 권력자는 대개 황제나 장군, 종교 지도자였지만, 예외도 있었다. 주로 거부들이었다. 15세기 유럽에서 메디치 가문이 대표적이다.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은 15세기 이후 300년 가까이 서유럽의 권력 실세였다. 금융업으로 쌓은 부를 바탕으로 4명의 교황과 프랑스 왕비를 배출하며 막강한 파워를 행사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등 수많은 예술가를 후원하며 르네상스 시대를 여는 등 ‘문화 권력’ 기능도 했다.
▶16세기 중부 유럽에선 야코프 푸거 가문이 권력 실세였다. 푸거 가문은 독일 지역 ‘면죄부’ 판매 대금을 로마로 운송하는 금융업으로 부를 쌓았다. 합스부르크 왕가와의 정경유착을 통해 광산 개발권을 독점, 유럽의 금(金), 은(銀) 최대 공급자가 됐다. 합스부르크 제국의 영토 확장 전쟁 배후엔 항상 푸거 가문의 재정 지원이 있었다.
▶19세기엔 유대인 혈통의 로스차일드 가문이 유럽 정치와 금융을 좌지우지했다. 로스차일드 5형제는 런던, 파리, 프랑크푸르트에 둥지를 틀고, 긴밀한 정보 교환과 다국적 투자로 부를 쌓았다. 영국 웰링턴 장군이 나폴레옹 프랑스군과 워털루에서 싸울 때, 프랑스의 봉쇄령을 뚫고 군자금용 금을 몰래 영국군에 전달해 영국의 승리를 도왔다. 막강한 정보 네트워크 덕에 영국군 승리 정보를 먼저 이용, 헐값이 된 영국 국채를 매집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기도 했다.
▶19세기 미국 월가에선 JP모건이 ‘금융 황제’로 군림하며 세계 금융을 지배했다. 그는 남북전쟁 무기 거래, 철도 건설, 은행업으로 거부가 됐다. JP모건 은행은 1907년 공황으로 은행이 대거 파산할 때 구제 자금을 풀어 위기를 진화하는 등 수십년간 미국 중앙은행 역할을 했다. 1차 세계대전 후 폐허가 된 유럽 각국 정부는 재건 자금 조달을 위해 앞다퉈 JP모건을 찾아와 머리를 조아렸다.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로스차일드, JP모건을 능가하는 초국가 권력자로 부상하고 있다. 전기차로 세계 자동차 시장을 뒤엎더니, 스타링크 사업으로 전 세계 인공위성의 40%를 가진 ‘우주 권력자’가 됐다. 그가 미 정부의 요청을 묵살하고 스타링크 지원을 거절하는 통에 우크라이나의 전쟁 수행이 난관에 봉착했다고 한다. 007 시리즈 ‘스펙터’에선 세계 통신망을 장악해 미·소 핵전쟁을 유발한 다음 무주공산이 된 세계를 장악하려는 희대의 악당이 등장한다. 머스크가 조지 오웰이 경고한 ‘빅 브러더’ 같은 통제불능 괴물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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