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권 강화한 수사준칙 개정, ‘검찰국가’ 역주행 멈춰야
법무부가 31일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이 시행령은 경찰이 보완수사를 전담한 걸 폐지하고 검사의 재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줄어든 검찰 권한을 윤석열 정부가 다시 강화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수사준칙에서는 검사가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 시 원칙적으로 1개월 이내에 하도록 제한하고, 보완수사 요구·재수사 요청도 3개월 이내에 이행하도록 했다. 또 검사의 재수사 요청이 이행되지 않으면 검사가 사건을 송치받아 마무리하도록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법무부는 이미 지난해 검찰이 수사하는 부패·경제 범죄 범위를 넓히는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시행령을 개정했다. 이번 수사준칙 시행령이 개정되면 검찰은 수사 개시 범죄가 아닌 다른 범죄에서도 보완·재수사를 통해 직접 수사가 가능하게 된다.
법무부는 이번 조치가 수사 지연과 부실수사 등의 부작용을 개선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법적으로 폐지된 고발인 이의신청권을 개선·보완한 것은 유의미하다. 그러나 정작 논란은 다른 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노골적인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도로 보는 것이다. 수사준칙은 지난해 4~5월 국회에서 검찰의 수사권 독점·남용을 막기 위해 만든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검경 수사권 조정법) 입법 취지와 명백히 어긋난다. 헌법재판소도 지난 3월 정부·여당이 문제 삼은 이 법안이 유효하다고 판단하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헌법에서 부여한 검사 수사권이 침해됐다’며 낸 권한쟁의심판을 각하한 바 있다.
정부의 수사준칙 입법예고는 국회가 만든 법률을 하위 규정인 시행령을 고쳐 우회하려는 꼼수에 불과하다. 어느 부처보다 앞장서서 법을 지켜야 할 법무부가 국회의 입법권을 무시하고 헌법재판소 결정까지 제멋대로 해석하려는 시도는 삼가야 한다. 대통령실과 국무총리실, 법무부·국가보훈부·금융감독원을 비롯한 장차관, 정부 산하 공공기관 요소요소에 검찰 출신이 대거 배치돼 ‘검찰국가’ 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 출신 법무부 장관이 검찰 수사 범위와 힘을 전방위적으로 키워주려 하고 있다. 검찰이 수사·기소권을 독점한 폐해는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검찰국가로의 역주행을 당장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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