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치 10배 비소 나와도‥"파킨슨병 의학적 연관성 입증해라"
[뉴스데스크]
◀ 앵커 ▶
앞서 김지인 기자의 리포트를 보셨는데, 반도체 같은 첨단 산업은 물론이고, 기존 제조 업체의 용접 같은 공정에 쓰이는 화학 물질들이 어떤 병을 일으키는지, 현대 의학으로 확실히 알 수 없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이 때문에 대법원은 "의학적으로 불확실해도 인과 관계가 타당해 보이면, 산업재해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한 상태인데요.
하지만 아직도 실제 산업재해 여부를 결정할 때는, 의학적으로 확실히 입증이 됐는지를 따지고, 그 입증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지우고 있습니다.
이어서 이유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180cm 넘는 건장한 체구의 남성.
좀처럼 손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거세게 흔듭니다.
팔 근육이 굳어가는 겁니다.
삼성전자 평택공장 하청업체에서 화학약품으로 반도체 장비를 닦던 고강윤 씨.
3년 8개월쯤 지나 갑자기 손이 떨려왔습니다.
[고강윤 씨] "만약에 정신이 죽는다면 그런 느낌이랄까? 인생이 끝날 것 같은 느낌…"
당시 나이 30살, 술·담배도 하지 않았습니다.
소변검사에선 기준치 10배의 비소가 나왔고 특히 자연상태에선 나올 수 없는 무기비소가 검출됐습니다.
[김현주 교수/이대목동병원] "(비소가) 하루 이내에 배출되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요. 굉장히 오랫동안 무기비소가 몸에 들어와서…"
당연히 산업재해로 인정될 거라 생각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파킨슨병과 고 씨에게 검출된 비소 사이 의학적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비소가 파킨슨병과 관련있다는 연구도 있지만 확실하게 입증된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고강윤 씨] "사람 몸에서 비소가 나오는 게 쉽지가 않은 상황인데, 인정을 해주지 않는다면 과연 개인이 할 수 있는 거는 뭘까…"
대법원은 지난 2017년 "반도체 등 첨단산업 노동자의 희귀질환과 업무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아도, 타당하다고 보이면 인정해야 한다"고 전향적인 판결을 내놨습니다.
과연 파킨슨병에 대한 결정은 어땠을까?
파킨슨병을 앓게 된 노동자들이 낸 산업재해 신청은 최근 5년간 모두 40건.
근로복지공단은 14건은 산업재해로 인정했지만, 화학약품을 다루는 반도체, LED, 또는 용접공정 노동자 15명을 포함해 60%가 넘는 26건은 산업재해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MBC뉴스 이유경입니다.
영상취재 : 한재훈·임지수 / 영상편집 :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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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 한재훈·임지수 / 영상편집 : 김민지
이유경 기자(260@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509574_361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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