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전3기' 변상일 GS칼텍스배 정상 우뚝

조효성 기자(hscho@mk.co.kr) 2023. 7. 3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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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열린 GS칼텍스배 프로기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변상일이 '첫 승'을 축하하며 손가락 하나를 펼쳐 보이고 있다. 조효성 기자

"작년과 재작년에 연속으로 준우승해서 아쉬웠다. 이번에는 잘 마무리해서 우승까지 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쁜 것 같다."

표정 없기로 유명한 변상일 9단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2021년과 2022년 연속으로 '신공지능' 신진서 9단의 벽에 막혀 GS칼텍스배 프로기전 준우승에 그쳤던 한을 드디어 풀었기 때문이다.

31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8기 GS칼텍스배 프로기전 결승5번기 3국에서 변상일은 '한국 여자 기사 최초 종합기전 우승'을 노렸던 최정 9단을 상대로 206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1국부터 이날까지 단 한 번의 패배도 없는 3연승. 변상일이 마침내 GS칼텍스배 프로기전 정상에 올라섰다.

성(性) 대결로 관심을 끈 결승5번기에서 완봉 우승에 성공한 변상일은 7월에만 두 개의 타이틀을 품에 안으며 무관에서 단숨에 2관왕에 올랐다. 변상일은 지난달 19일 춘란배에서 입단 후 첫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두둑한 상금은 보너스다. 매일경제신문과 MBN, 한국기원이 공동 주최하고 GS칼텍스가 후원하는 GS칼텍스배 프로기전은 국내 최대 종합기전으로 우승상금이 국내 기전 중 가장 많은 7000만원이다.

결승 3국은 난전의 연속이었다. 초반 하변에서 돌과 돌이 부딪히며 중반까지 치열한 몸싸움을 벌인 두 기사의 승부는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승패가 갈렸다. 변상일이 중앙 두터움을 활용해 우중앙 흑 넉 점을 공격하며 실마리를 찾았다. 이후 흑돌을 살려주면서 중앙에 40집이 넘는 큰 집을 형성하고 집 차이를 벌렸다. 덤 차이를 좁히지 못한 최정이 돌을 거뒀다.

이날 변상일에게 최대 걸림돌은 '체력'이었다. 변상일도 "오늘이 앞선 1·2국보다 부담이 더 컸다"며 "3국에서 패하면 분위기가 바뀌는 것보다도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4국까지는 정말 가기 싫었다"고 털어놨다. 살인적인 일정 때문이다. 변상일은 2주 전 '메이저 국제대회'인 춘란배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어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단 하루의 휴식을 갖고 곧바로 GS칼텍스배 프로기전 결선에 돌입했다. 그리고 이틀간 연속으로 최정 9단에게 승리를 거둔 뒤 전남 신안군으로 이동해 국수산맥 국제바둑대회에 참가했다. 이후에도 휴식은 없었다. 변상일은 곧바로 서울로 올라와 GS칼텍스배 3국에 돌입했다.

체력적인 부담에도 우승을 차지한 변상일. 비결은 철저한 관리다. 변상일은 "몇 년 전부터 배가 나오고 체력도 떨어지는 것 같아서 식단 조절을 하고 집에서 팔굽혀펴기, 스쾃 등 맨몸 운동을 하면서 체력도 꾸준하게 키우고 있다. 몸무게도 65㎏ 정도로 유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컨디션 관리를 위해 운동을 계속하면서도 잘 먹는 것에 집중했다. 시켜 먹든지, 집에서 어머니가 해주는 밥을 먹든지 잘 먹었다"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이제 변상일의 눈은 9월 열리는 항저우아시안게임으로 향한다. 변상일은 "아시안게임 바둑은 단체전이다. 내가 져도 금메달을 딸 수 있고, 반면 내가 이겨도 우승하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 "기세를 이어 아시안게임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반면 최정의 '한국 여자 기사 최초 종합기전 우승' 도전은 아쉽게 마무리됐다. 지난해 11월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에서 '여자 기사 최초 메이저 세계대회 결승 진출'에 성공했던 최정은 GS칼텍스배 프로기전 결승에서도 변상일의 벽에 막혔다. 최정은 "최선을 다했지만 1승도 못해 아쉽고 팬들에게 죄송스럽다"며 "앞으로 기회가 많이 있을 것인 만큼 이번보다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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