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대 규정 묶여…공무원 43년째 28도 ‘한증막 사무실’서 고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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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후 3시30분 부산 금정구청.
부산시공무원노동조합 김명수 위원장은 "공무원이 국가를 상대로 여름철 실내 적정 온도를 낮춰달라고 요구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면서 "냉방 효율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빙축열 시스템(값싼 심야 전기를 사용해 얼음을 얼려두고 저장했다가 낮 시간 이 얼음을 녹여 냉방 효과를 높이는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시청 청사에 도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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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온 상승 속 재조정 요구 커져
31일 오후 3시30분 부산 금정구청. 에어컨 가동소리가 무색하게 청사 내부는 덥고 습했다. 실내 온도계에는 섭씨 30도가 찍혀 있었다. 햇볕을 피하는 것일 뿐, 사실상 야외나 다름없는 온도였다. 더위에 찌든 직원들은 이마에 땀이 맺힌 채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마침 외근을 마치고 땀 범벅이 돼 돌아온 한 직원은 연신 선풍기 앞에서 옷깃을 흔들며 더위를 식히느라 안간힘을 썼다. 사무실 자리마다 선풍기가 놓였지만 역부족이었다. 한 공무원은 “일하러 왔다가 땀만 한 바가지 흘리는 게 일상이다. 실내 온도 28도로 돼 있지만 실제 여러 사람이 한 공간에서 일하고 있어 30도를 훌쩍 넘기가 예사다. 업무에 집중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전국 관공서의 실내 적정온도가 43년째 28도로 고정돼 있다. 어린이집과 노인복지관과 같은 취약계층이 이용하는 시설 등을 뺀 대부분 관공서에 적용된다.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개별 냉방설비를 사용하는 경우와 그런 냉방설비가 60% 이상 설치된 중앙집중식 냉난방을 운영할 경우에는 26도까지 실내 온도를 낮출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공서는 여전히 ‘찜통 더위’에 시달리는 실정이다.
관공서 실내온도 근거는 ‘공공기관 에너지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이다.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에 따라 에너지 이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1980년 7월 제정됐다. 1996년부터 2009년까지 일시적으로 공공기관의 실내 온도를 26도로 낮출 수 있게 했지만, 2010년부터 이를 다시 28도로 올리면서 공공기관 실내 적정 온도의 기준은 ‘사실상’ 43년 넘게 28도로 이어져 왔다.
하지만 예전과는 크게 달라진 기후 상황을 고려해 기준 온도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이 온난화를 넘어 열화로 체감온도 35도를 오르내리는 현실에서 실내 적정 온도를 28도로 유지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것이다. 기상청 자료를 보면, 부산시 7월 평균 최고 기온은 ▷1979년 27도 ▷1980년 25.5도 ▷1981년 28.3도였다. 반면 ▷ 2020년 28도 ▷2021년 32.2도 ▷2022년 31도로 평균 최고 기온이 상승하는 추세다. 부산경찰청의 한 직원은 “예전 여름철에는 진압복을 입고 활동해도 괜찮았는데, 최근에는 견디기가 버겁다. 근무지마저 찜통이라 업무에 집중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부산시공무원노동조합 김명수 위원장은 “공무원이 국가를 상대로 여름철 실내 적정 온도를 낮춰달라고 요구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면서 “냉방 효율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빙축열 시스템(값싼 심야 전기를 사용해 얼음을 얼려두고 저장했다가 낮 시간 이 얼음을 녹여 냉방 효과를 높이는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시청 청사에 도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빙축열 시스템은 금정구를 비롯해 상당수 지자체에는 도입되지 않은 상태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높은 실내 온도가 유지되면 공무원의 업무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어 적정 온도 조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현재까지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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