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뉴얼대로 학생 징계… 교권 무력화 막는 미국 [심층기획-美 공교육 시스템으로 보호]
‘학생 권리·의무’ ‘행동강령’ 책자
학부모들 수령·내용 확인 뒤 서명
사안·경중에 따라 단계별 처리
교직원 행동 요령에 구체적 예시 빼곡
학부모가 소송 땐 교감이 맡도록 규정
학생 의무 위반 징계 절차만 62페이지
‘정학=퇴출’ 아닌 반성·복귀 돕는 과정
미국 버지니아주의 중학교에서 학생이 소란을 피우며 수업을 방해한다면 어떤 조치가 이뤄질까. 한국 서울의 중학교에서 같은 일이 벌어졌다면 담임교사나 기껏해야 학년주임 교사가 나서 이를 해결했어야 할 것이다.
페어팩스의 ‘학생의 권리와 의무’ 매뉴얼은 버지니아주 교육부가 정한 학습 방해 행동 5가지 유형을 분류·소개하고 있다. 떠들기와 과도한 소음, 학업 불응, 자리 이탈, 수업 방해 물품 소지 등이다.
징계 유형은 5개 단계로 분류된다. 행위의 심각도, 학생의 연령, 행위의 빈도 등에 따라 1단계부터 5단계까지 징계 강도가 높아진다. 학교 차원에서 훈계와 상담, 방과 후 체류, 휴식시간 제한 등의 권한 제한, 보호 관찰 조건, 학습 제외, 대안 학습 배정 등의 징계 과정이 있고, 학습 방해에서의 최고 징계인 4단계에서는 정학 조치가 내려지는 식이다.
학교에서 학생 의무와 징계 등을 관리하는 교장과 교감은 매뉴얼에 따라 학생의 징계 수위를 정해야 한다. 페어팩스의 학생의 권리와 의무 책자는 부록까지 포함 124페이지에 달한다.
현지 초등학교의 한 현직 교감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이 매뉴얼을 활용하지 않으면 학교를 운영하기가 힘들 정도”라면서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매뉴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책자는 학생의 권리와 의무, 학부모가 자녀와 논의해야 할 중요한 주제인 △출석 △흡연 △사회관계망서비스 △약자를 괴롭히는 행위 △차별·괴롭힘·성적 위법 행위 등에 대한 설명과 규정 등을 안내한다. 중재 및 징계 절차에 대한 상세한 설명, 학부모가 학교 당국의 결정이나 조치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때의 절차 등도 담겼다.
학생의 의무 위반에 대한 징계 절차 등은 책자 부록에 62페이지 분량으로 기록돼 있다. 전체 매뉴얼의 절반가량이다.
정학 조치는 학생에 대한 퇴출 결정이 아니다. 학교 내 정학, 학교 밖 정학, 장기와 단기 기간에 따른 정학에 대한 안내와 학교의 추가 조치 등을 자세히 마련해 학생의 반성과 복귀를 돕는다.
이런 미국 주요 주의 공교육 매뉴얼은 교사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학생과 특히 학부모가 반드시 숙지하도록 안내한다. 페어팩스는 학부모가 학생의 권리와 의무 책자 수령을 확인하고, 내용을 확인했다고 서명하고, 학생의 이름 등을 정자로 기재하라고 안내한다. 여기에 서명하면서 학교와 학부모는 협력 관계가 된다. 서로의 권리를 보장해주고, 의무를 다해야 하는 운명공동체가 되는 셈이다.
교장과 교감 등 관리자 역시 학생의 문제 행동 등에 대해 감정적이나 즉흥적이 아니라 철저히 매뉴얼에 따라 절차를 진행해야 하고, 학부모 역시 자녀에 대한 징계 절차 등이 적절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매뉴얼에 근거해 확인해 볼 수 있다는 의미도 지닌다. 교원 입장에선 이 메뉴얼이 학부모의 이의 제기나 소송에 대비하는 든든한 근거가 되기도 한다.
버지니아주 한 현직 교사는 “학생의 문제 행동을 징계할 때 개인적인 기분과 주관적인 기준에 따른다면 학부모로부터 소송 등을 당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매뉴얼에 따라 업무를 이행하는 것은 교직원이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고, 다른 교직원을 보호하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의 공교육 시스템에서의 차이는 소송 등의 불복 절차에서 더 확연하게 드러난다. 미국에서 학교가 학부모에게 소송 등을 당하는 경우에 일선 교사가 전면에 나서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학부모의 징계에 대한 이의 제기나 항소는 교감부터 책임을 지도록 주요 주가 규정하고 있다. 교사 개인의 휴대전화 번호 등이 학부모에게 공개되어 불필요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경우도 전혀 없다.
학생 행동에 대한 단계별 대응에는 학습 방해 외에도 구성원 간의 갈등을 일으키는 행동, 학생 또는 교직원 등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행동, 폭행이나 구타 등 다른 사람을 위태롭게 하는 행동 등에 대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예시가 수록돼 있다.
몽고메리 카운티 교육청의 학생 행동 강령 책자에는 학생의 문제 행동에 대한 교직원의 행동 개입 절차가 상세히 기록돼 있다. 학생의 문제 행동을 개선하기 위한 긍정적 개입을 시작으로, 학교 상담사 및 심리학자, 학교 사회복지사 등과의 협조, 교실 내에서의 행동 변화 유도 등의 절차를 소개한다. 그래도 문제 행동이 해결되지 않으면 지역 사회 봉사활동, 학부모와 교사, 교직원, 교감 및 교장 등이 참여하는 회의를 하고, 상황이 더 심각해지면 점심시간이나 자유시간 방과 후 또는 주말을 제한하고, 이후에는 정학 등의 조치를 취한다고 안내한다.
정학 조치는 학생에 대한 퇴출 결정이 아니다. 학교 내 정학, 학교 밖 정학, 장기와 단기 기간에 따른 정학에 대한 안내와 학교의 추가 조치 등을 자세히 마련해 학생의 반성과 복귀를 돕는다.
이런 미국 주요 주의 공교육 매뉴얼은 교사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학생과 특히 학부모가 반드시 숙지하도록 안내한다. 페어팩스는 학부모가 학생의 권리와 의무 책자 수령을 확인하고, 내용을 확인했다고 서명하고, 학생의 이름 등을 정자로 기재하라고 안내한다. 여기에 서명하면서 학교와 학부모는 협력 관계가 된다. 서로의 권리를 보장해주고, 의무를 다해야 하는 운명공동체가 되는 셈이다.
교장과 교감 등 관리자 역시 학생의 문제 행동 등에 대해 감정적이나 즉흥적이 아니라 철저히 매뉴얼에 따라 절차를 진행해야 하고, 학부모 역시 자녀에 대한 징계 절차 등이 적절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매뉴얼에 근거해 확인해 볼 수 있다는 의미도 지닌다. 교원 입장에선 이 메뉴얼이 학부모의 이의 제기나 소송에 대비하는 든든한 근거가 되기도 한다.
버지니아주 한 현직 교사는 “학생의 문제 행동을 징계할 때 개인적인 기분과 주관적인 기준에 따른다면 학부모로부터 소송 등을 당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매뉴얼에 따라 업무를 이행하는 것은 교직원이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고, 다른 교직원을 보호하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의 공교육 시스템에서의 차이는 소송 등의 불복 절차에서 더 확연하게 드러난다. 미국에서 학교가 학부모에게 소송 등을 당하는 경우에 일선 교사가 전면에 나서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학부모의 징계에 대한 이의 제기나 항소는 교감부터 책임을 지도록 주요 주가 규정하고 있다. 교사 개인의 휴대전화 번호 등이 학부모에게 공개되어 불필요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경우도 전혀 없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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