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구하는 데 국경 있나” 캐나다 현지에 소개된 韓산불구호대
한국 해외긴급구호대(KDRT)가 이달 초 산불 진화를 돕기 위해 캐나다에 파견됐던 가운데, 현지 언론에 이들의 활약상이 상세하게 소개됐다.
캐나다 CBC 방송은 29일(현지 시각) “퀘벡주 북부에서 산불과 싸우고 있는 한국 소방관들은 ‘모든 숲은 하나’라고 말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현지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소방관들을 집중 조명했다.
앞서 캐나다 산불이 지난 5월부터 한달 넘게 이어지면서, 우리나라는 이달 초 KDRT를 캐나다에 파견했다. 외교부·산림청·소방청·의료 인력 등 151명으로 구성된 우리 구호대는 지난 2일(현지 시각) 캐나다에 도착했고, 이틀 뒤인 4일부터 산불 피해가 가장 심각했던 퀘벡주 르벨 슈흐 께비용(Lebel-sur-Quevillon)에서 진화 활동을 시작했다.
CBC는 “한국에서 해외 산불 진화에 구호대를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높은 경쟁을 뚫고 선발됐으며, 전직 북한 침투 정보요원·육군 특수부대원·해군 특전단 대원 등이 포함된 최정예 구호대”라고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대원들은 퀘벡주 몬트리올에서 약 625㎞ 떨어진 작은 마을의 골프장 옆에 마련된 베이스캠프에서 생활한다.
이들의 일과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한데 모여 체조로 몸을 푼 뒤, 노란색 스쿨버스에 올라 약 한 시간을 이동하고, 산불 현장에서 아직도 꺼지지 않은 화재를 진압하는 것이다. 산불 규모가 워낙 크고 동시다발적인 데다, 불이 나무뿌리로도 번지기 때문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땅속까지 파헤쳐야 한다. 이렇게 온종일 불씨 및 연기와 씨름하고 돌아오면, 온몸은 벌레에게 물려 파김치가 되어 있다. 라면과 즉석밥, 통조림 김치, 한국 과자 등으로 허기를 달랜다.
대원들은 파견 현지 음식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기도 했지만, 몬트리올 교민들이 한국 음식을 보내와 도움이 됐다고 한다. CBC는 “이제 한국 대원들은 호주머니에 김치 통조림을 넣고 불을 끄고 있다”고 했다.
대원들은 각자 소중한 가족을 한국에 남겨두고 캐나다로 향했다. 오는 8월 결혼 예정인 김대현(36) 대원은 “약혼자가 걱정했다. 최근 한국에 쏟아진 폭우로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기에, 나 역시 한국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면서도 “그 점에서 나도 한국에 돌아가서 돕고 싶지만, 여기서 돕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장푸른솔(28) 대원은 “퀘벡의 화재 진압을 위해 약혼자를 남겨두고 떠나왔다”며 “우리는 수 킬로미터를 이동하며 불을 끄는 데 익숙하다”고 했다.
대원들은 ‘지구를 구하는 데는 국경이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진화 작업에 나서고 있다. 15년 경력의 김만주(54) 대원은 “한국에 내린 폭우와, 캐나다의 전례 없는 산불은 기후 변화가 얼마나 세계적인 규모인지를 보여준다”며 “도움을 줘야 할 책임에 경계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두 하나의 숲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숲을 지켜야 한다. 이게 미래에 대한 약속이자, 지구에 대한 약속”이라고 했다.
한국 구호대가 파견 가 고군분투하고 있는 캐나다는 6·25전쟁 참전국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구호대장 권기환 외교부 본부 대사(전 아일랜드대사)는 “캐나다가 당시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2만6000명을 한국에 파병한 것을 기억한다”며 “우리 한국인들은 캐나다의 희생을 잊지 않았다”고 CBC에 말했다.
한편 올해 캐나다 산불은 뉴욕 등 미국 중서부 11개 주의 대기질을 바꿀 정도로 그 규모와 피해가 극심했다. 캐나다산불센터(CIFFC)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캐나다 곳곳에서 1000건 이상의 산불이 계속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660건은 ‘통제 불능 상태’다. 현재까지 최소 1230만 헥타르(12만3000㎢) 국토가 소실됐는데, 이는 우리나라(약 10만㎢) 면적보다도 큰 규모다.
애니 컬리넌 산불국 대변인은 “우리는 산불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계속해서 구축하고, 캐나다인이 직면한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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