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참사' 원인 수사받는 행복청, 관할구역 밖에서 부실공사 왜?

최태영 기자 2023. 7. 31.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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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도시 주변 광역도로 건설 현황. 모두 21곳의 도로 및 교량 등 건설공사가 완료됐거나 진행 중이다. 사진=행복청 홈페이지

14명이 목숨을 잃은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를 건설하는 주체로서 행복도시를 벗어난 공간에서 교량, 도로 등을 건설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7일 미호강 제방붕괴 원인규명 공동조사단이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미호강유역협의회는 물리적 원인으로 미호강 제방 붕괴에 대해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이들은 미호강 제방 붕괴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기존 제방이 훼손되고, 임시제방은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달 15일 오전 7시56분쯤 미호강교 확장공사 시공과정에서 가설한 임시제방 위로 미호강의 유량이 월류하고, 이로 인해 임시제방이 일부 붕괴되면서 월류한 유량이 인근 농경지와 지하차도 침수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31일 행복청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궁평2지하차도 인근 미호강에서 오송역과 청주 시내를 연결하는 기존 미호천교를 철거하고 새로 다리를 놓은 공사를 진행해 왔다.

이 교량 공사를 위해 기존 자연제방 일부를 헐고, 매년 우기에 임시제방을 축조하기를 반복해 왔다. 특히 이번 집중호우를 앞두고 임시제방을 급히 축조하는 과정에서 부실시공이 이뤄졌는지 여부도 중요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행복청은 논란이 일자 해명자료를 내고 임시제방 축조와 관련해 "지난해 6월 우기에 대비해 임시제방을 구축 사용 후 우기가 지난 9월 철거했고, 올해도 우기에 대비해 지난 6월 29일부터 7월 7일까지 임시제방을 제축조한 것"이라며 "임시제방은 매년 우기에 대비해 축조했다가 우기가 지나면 철거해 왔으며, 이번에 급조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교량 신축·임시제방의 높이 등에 대해선 "신축교량은 하천정비기본계획에 따라 기존 교량보다 강화해 최대 86.4cm 높게 설계·시공하고 있다"며 "임시제방도 설계빈도 100년의 계획홍수위(28.78m)보다 0.96m 높게, 교량 하부까지 최대한으로 축조한 것으로, 당일 유례없는 폭우로 월류가 우려돼 보강작업을 실시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날 현재 행복청 홈페이지에는 이 자료들이 모두 삭제된 상태다.

공동조사단은 행복청이 100년 빈도 홍수량을 고려한 설계기준 계획홍수위인 28.78m보다 0.96m 높게 시공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현장 답사 결과 기존 제방고 보다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참사 당일 미호강의 수위가 상승해 범람 직전의 상황에서 임시제방의 보강작업도 매우 소극적으로 이뤄졌다고 전했다.

신설된 미호강교의 경우 교량 상판 하부 고도(30.28m)가 기존 제방고(31.45m) 보다 낮게 시공돼 있어, 이번 홍수 최고수위(29.87m) 보다 큰 홍수 발생시 유사한 홍수피해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따라서 하천기본계획을 고려한 적정 설계와 시공이 이뤄졌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행복청이 광역교통개선대책에 따라 건설을 완료하고 운영 중이거나 공사 중인 도로및교량건설 현황. 자료=행복청 홈페이지

일각에선 행복청이 행정도시 건설을 위해 세종시 내에서가 아닌, 충북 청주시 등 다른 행정구역에까지 가서 교량, 도로 등을 건설했는지 여부도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이번 폭우 때 붕괴된 제방이 있는 곳 역시 충북 청주시 오송읍으로 도로, 교량 공사의 주체가 충북도나 청주시가 아닌 행복청이 한 점에 대해 의아하다는 것이다.

실제 행복청은 이번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오송-청주 도로확장공사를 비롯해 행복도시-공주 도로건설, 공주 정안IC-내포신도시 도로건설 등을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해 행복청은 행정도시의 광역교통개선대책 수립시 행복도시로 인해 유발되는 교통 해소를 위해 인근 도시인 대전시, 공주시, 청주시 등과 연결하는 도로 및 교량 등에 대한 교통개선대책을 함께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관련 규정(광역교통개선대책수립및사후관리지침 5조)상 사업의 공간적 범위는 (사업)지구로부터 20㎞ 이내로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 규정에 따라 행복도시와 연결되는 20㎞ 범위 내 교량, 도로, BRT 신설 등을 진행해 왔다는 설명이다.

행복청 관계자는 "광역교통개선대책을 수립할 때 국토부 산하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의 최종 승인을 받아 광역교통대책을 세운다"며 "미호천교 공사를 비롯해 오송-청주 도로 신설, 공주시나 대전시 연결 도로 등 모두 20㎞ 범위 내에 포함되는 광역교통대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차관급인 이상래 행복청장에 대한 인사 조치를 대통령에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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