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톡톡] 티에스터 게이츠의 '부동산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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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카고 출신의 예술가 티에스터 게이츠(Theaster Gates, 1973)는 '부동산 예술'로 유명하다.
이와 같은 복합문화예술공간은 시카고 남부와 같은 흑인 밀집 구역에서는 특히나 드물게 개발됐기 때문에 게이츠의 프로젝트는 더더욱 혁신적인 도시재생의 사례로 기록될 수 있었다.
게이츠가 증명한 성공적인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통해서 예술을 장식의 기능을 넘어 사고의 전환을 이끌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시작점으로 생각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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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카고 출신의 예술가 티에스터 게이츠(Theaster Gates, 1973)는 '부동산 예술'로 유명하다. '부동산 예술'이란 한마디로 건축 재생 프로젝트를 말한다. 게이츠는 오랜 시간 폐허로 방치된 건물을 사들이고 이를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시켜 낙후된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사실 예술을 매개로 건축물을 재활용해 지역의 삶과 질을 개선한 사례는 이미 무수히 많이 존재한다.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은 기차역을,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 미술관은 화력 발전소를, 미국 뉴욕의 디아비콘 미술관은 인쇄 공장을 재생해 지역성(locality)을 회복한 대표적 사례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 문래동의 문화예술촌도 중소규모 철공소 골목을 개조한 것이고, 가깝게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은 담배공장을 재활용한 것이다.
게이츠의 경우 이러한 변화의 주체가 작가라는 점에서 차이를 둔다. 그에게 예술이란 낙후지역을 다시금 안전하고 살기 좋은 공간으로 재탄생시킬 수 있는 촉매제다. 2013년 그가 미국 시카고주 남부지역에서 진행한 '스토니 아일랜드 아트 뱅크(Stony Island Arts Bank)' 프로젝트는 예술의 사회적 가치와 치유 기능에 대한 그의 믿음을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이 프로젝트에서 게이츠는 은행 건물을 아트센터로 바꿔 지역의 명소로 키워냈다. 이 은행 건물은 100년이 넘는 역사성을 지니고 있었으나 수해를 입은 뒤 복구가 지체되면서 장기간 방치돼 있었다. 지역의 주요 건물이 흉물로 방치되면 주변 일대가 슬럼화되는 건 시간 문제다. 이렇게 되면 도시 전체가 겉잡을 수 없는 속도로 쇠락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방관할 수 없었던 당시 시카고의 시장 램 이매뉴얼(Rahm Emanuel)의 도움으로 게이츠는 시 소유였던 이 건물을 단돈 1달러에 매입하게 된다. 도시재생의 취지를 알리는 상징적 제스처였다.
그런데 개축과정에서 필요한 자금 조달이 문제였다. 게이츠는 재건재단(Rebuild Foundation)을 조직하고 건물을 보수하는 과정에서 남은 대리석 조각을 활용해 기부금 모금을 진행했다. 그는 100개에 달하는 명판 사이즈의 대리석 판형을 만들고, 'In Art We Trust(우리는 예술을 믿는다)'라는 문구를 새기고 이를 세계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인 스위스 아트 바젤에서 각각 5000달러에 판매했다. 그 결과 총 5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6억에 달하는 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게이츠는 이를 바탕으로 스토니 아일랜드 아트 뱅크를 전시장과 도서관, 미팅룸에 레스토랑까지 갖춘 지역 커뮤니티 센터로 조성했다. 이곳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다시 돌아오면서 빈곤율이 치솟고, 범죄가 기승을 부리던 마을은 누구나 살고 싶은 곳으로 변모했다. 또한 예술가들과 학자들이 지역의 문화유산을 연구하기 위해 찾는 공간으로 거듭나게 됐다. 이와 같은 복합문화예술공간은 시카고 남부와 같은 흑인 밀집 구역에서는 특히나 드물게 개발됐기 때문에 게이츠의 프로젝트는 더더욱 혁신적인 도시재생의 사례로 기록될 수 있었다.
흔히들 문화예술이 주도하는 도시재생이라면 허물어져 가는 담벼락을 캔버스 삼아서, 도로와 같은 공공 공간을 전시장 삼아서 거대한 조각 작품을 세우는 방법을 먼저 떠올린다. 게이츠가 증명한 성공적인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통해서 예술을 장식의 기능을 넘어 사고의 전환을 이끌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시작점으로 생각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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