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영의 그림산책] 조속(趙涑) ‘노수서작도 (老樹棲鵲圖)’
‘노수서작도’는 조선 중기에 활동한 문인서화가이자 금석학자인 조속의 대표작 중 하나다. 조속은 부친이 광해군에게 억울한 죽음을 당한 후 인조반정에 가담해 공을 세웠으나 공을 세운 자에게 주던 칭호인 훈명을 거부하고 지방관직에 나아갔다.
그는 지조가 높고 평생을 청빈하고 공정하게 살아 칭송받았으며 김제군수를 지낼 때 선정을 베풀어 암행어사가 임금께 고해 표리일습을 하사받기도 했다. 그는 끼니를 잇기 힘들 정도의 가난에도 괘념치 않았으며 고금의 명화와 명필을 수집하고 경치 좋은 곳을 보면 풍경을 그리는 것을 낙으로 살았다. 서화감식에도 탁월했으며 우리나라 역대 금석과 명적을 수집한 ‘금석청완’을 만들어 우리나라 금석학의 토대를 다지기도 했다.
조속은 시서화에 모두 뛰어나 시서화 삼절(三絶)로 일컬어졌으며 그림은 산수, 매죽, 영모를 잘 그렸다. 특히 수묵화조화에서 한국적이고 개성적인 화풍을 형성해 조선 중기 화조화의 대표적인 화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노수서작도는 그의 이러한 명성과 화풍상의 특색을 잘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그림은 활처럼 휘어진 가지 위에 앉아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두 쌍의 까치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화면의 구성요소들이 화면 좌측 하단 모서리에서 우측 상단 모서리로 이어지는 사선구도로 구성돼 있으면서도 나무의 곁가지들이 여백으로 뻗어 있어 안정감을 느끼게 해준다. 모자이크와 같이 세모꼴로 반복된 나뭇잎은 명나라 화조화가 임량의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준다. 성글고 까칠한 붓질과 도안적인 형태들, 윤기 없는 묵법을 통한 담담한 색감은 문인의 기품과 조속의 특색 있는 화풍이 잘 느껴진다.
조속의 화풍은 조선 전기의 화풍과는 다른 새로운 문기 짙은 그림을 창출했고 이러한 화풍은 그의 아들인 문인화가 조지운을 비롯해 전충효, 이함, 이하영 등의 화가에게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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