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800원대...원·엔 환율 전망은
원·엔 899.53원, 한달만에 900원 아래
7월 BOJ두고 "엔화 강세" vs "영향 적어" 엇갈려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수정에도 엔화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슈퍼 엔저에 환차익을 노린 엔화 투자가 급증한 가운데 차익 실현 시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BOJ가 긴축 기조로 선회해 물가 잡기에 돌입하며 엔화가 연말로 갈수록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당분간 엔화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31일 한은의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6월 거주자의 엔화 예금은 74억8000만 달러로 전달보다 12억3000만 달러 증가했다. 역대 최대 폭 증가다. 이 결과 내국인의 전체 예금 잔액에서 엔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5월 말 6.5%에서 6월 7.5%로 올랐다.
엔화 예금 증가는 최근 엔화 가치 하락에 따라 환차익을 노린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한은 관계자는 "원·엔 환율이 900원 초반으로 떨어지면서 환차익이나 일본 여행을 대비해 미리 환전에 나선 수요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일본은 장기금리를 통제하는 수익률곡선제어(YCC·Yield Curve Control) 정책으로 초완화적 통화 정책을 유지해왔다. 10년물 국채 금리의 상한을 0.5%로 제한해 그 이상 금리가 오르면 일본은행이 국채를 무제한 매입해 금리를 낮추는 경기 부양책이다
여기에 국내 경기 개선 기대감에 따른 원화 강세까지 더해지며 4월 초만 해도 1000원 내외에서 움직이던 원·엔 환율은 6월부터는 900원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BOJ가 지난 28일 7월 결정회의를 열고 장기금리를 통제하던 YCC 정책을 일부 수정하기로 하면서 엔화가 변곡점을 맞을지 관심이 쏠린다. BOJ는 장기금리가 0.5%만 넘어도 국채를 즉각 사들이지 않고, 1%를 넘으면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BOJ 결정은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발표가 알려진 직후에는 BOJ가 매파적으로 바꼈다는 평가가 나왔다. 시중 금리가 1%까지 올라갈 여지가 생기면서다. 시장은 즉각 반응해 엔화는 달러당 138엔 대로 하락했고, 원·엔 환율은 925엔까지 반등했다.
하지만 내년 물가가 2%를 하회할 것이라는 BOJ 전망과 함께 통화정책 정상화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결국 엔화는 141대로 재차 올랐고, 원·엔도 상승세를 일부 반납하며 직전일 대비 4.54원 오른 916.5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역시 엔화는 약세를 이어갔다. 원·엔 환율은 899.53원으로 전일대비 16.97원 하락하며 18 거래일 만에 다시 800원 대로 떨어졌고, 오후 4시 43분 현재 엔·달러도 전날대비 0.7% 오른 142.57에 거래되며 엔화가 기를 피지 못하고 있다.
향후 엔화 향방에 대해서는 BOJ 결과 해석에 따라 전망이 엇갈린다. 일본은행이 긴축 기조로 피벗(정책 선회)해 엔화가 힘을 받을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가 하면 엔화 강세로 당장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일본이 물가에 대응이 필요하겠다고, 시사하면서 3분기를 변곡점으로 물가 잡기에 본격적으로 나설 4분기에는 엔화가 현재보다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6월 일본 소비자물가는 3.3%다.
다만 원·엔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으로 봤다. 그는 "하반기에는 엔화와 함께 원화도 강세를 보일 것"이라면서 "양 통화의 방향성이 동일한 만큼 어느 통화가 더 강세를 보이느냐에 따라 등락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봤다.
이에 반해 BOJ의 결정이 당장 엔화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일본은행의 긴축 속도가 빠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엔화 강세가 급격히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BOJ 결정에 대해 시장에서는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본다"면서 원·달러가 140원대에서 등락을 보이다가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연말에는 130원 대 중반에서 움직일 것으로 봤다.
원·엔 환율은 현 수준을 유지하다가 원화와 엔화가 동시에 강세를 보이는 연말 께 현재보다 소폭 오른 900원 대 초반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견조한 경기를 반영해 달러가 타통화대비 강세를 보이며 달러·엔 하락을 제한하고 있다"면서 "현재 달러·엔이 138엔 하단을 돌파하지 못할 경우 당분간은 138~143엔 사이 박스권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jh3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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